‘직’ 던진 나경원, 출마 굳혔나…여 당권 주자 바빠진 ‘주판알’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의원(사진)이 1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나 전 의원 출마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다른 당권 주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나 전 의원 측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해 10월 이 자리에 위촉된 지 석 달 만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출산 시 대출 탕감 검토’ 발언을 한 뒤 대통령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한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와 저출산위 민간위원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과 비공개로 만났다.
부위원장직 사퇴로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밤 귀갓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형태의 당과 전당대회 모습이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지가 고민의 지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 전에 결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죠”라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의 결심이 임박한 가운데 그의 등판 여부에 따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판세는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퇴
“설 연휴 전에 결정 내릴 것”
출마 땐 ‘친윤·비윤’ 대결 부담
포기 땐 유승민 출마 가능성
중도 표심 안철수로 갈 수도
우선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 그간 출마를 만류해온 윤 대통령 및 친윤(석열)계와 갈라설 수밖에 없다. 이를 각오하고 당대표로 선출되면 일약 집권여당 일인자에 오른다. 차기 대선 주자로도 급부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윤심’(윤 대통령 의중)에서 멀어진 게 확인된 상황에서 여당·정부 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만약 낙선한다면 나 전 의원은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나 전 의원이 출마하더라도 스스로를 비윤계 후보로 규정짓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친윤과 비윤 사이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 자신을 지지하던 표심에 비윤 표심을 더하는 전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이 전략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영남권 의원은 “친윤계 표가 일부 빠지고 나머지에서 동정표가 일부 올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득실을 따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유 전 의원 출마가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탄압받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서 유 전 의원을 지지하던 표심이 나 전 의원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하면 윤심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윤 대통령과의 극한 대결을 피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면서 다음 정치행보를 모색해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공세에 완전히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된다. 정권 핵심도, 현직 대통령의 대항마도 아니어서 대선 등 더 큰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나 전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 전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유 전 의원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유 전 의원 입장에서 김기현·안철수 의원과의 3자 대결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 최소한 1·2위 간 겨루는 결선에만 진출해도 만만치 않은 당내 입지를 확인하면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 불출마 시 강성 친윤과 강성 비윤 사이에서 고민하는 표심이 안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대연·조문희·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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