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인파 보고에 “크리스마스 같은 것, 집회 총력 대응해야” 묵살
경찰 정보라인 증거인멸 의혹 검찰 공소장
용산 정보과장, 정보관 ‘인파 관리’ 보고 묵살
검찰, 경찰청 등 전면적인 압수수색 진행
이태원 참사 사흘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은 핼러윈 데이 인파 관리 필요성에 관한 보고를 받았으나 “그냥 크리스마스와 같은 거다, 그냥 자료만 올리고 집회에 나와야 된다”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 용산서 직원 A씨 등 경찰 정보라인 3명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0월26일 용산서 정보관으로부터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에 나가 현장에서 인파관리, 위험상황 발생시 경력요청 등 신속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 전 과장은 해당 정보관에게 “이거 누가 쓰라고 했나, 주말이고 하니까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할 게 뭐 있나, 주최측도 없고 그냥 크리스마스와 같은 거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참사 발생 전후 이태원 현장에는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배치되지 않았다. 김 전 과장은 지난 국정조사에서 용산경찰서 정보관을 모두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으로 배치한 것을 두고 “당시 (개최된) 집회가 단체 성향이 너무 달랐기에 거기에 좀 민감해서 (정보관) 전원을 제 판단 하에 배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이태원 인파관리에 대한 당부가 있었음에도 서울경찰청 정보부나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실효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공소장에 언급됐다.
박 전 부장의 경우 이태원 참사 전인 지난해 10월17일과 24일 열린 화상회의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핼러윈 데이 인파 집중 위험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서울청 정보부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 전 과장도 같은 날 열린 용산경찰서 과장회의에서 이임재 당시 서장이 핼러윈 데이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용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로부터 받은 업무추진 계획 수립 연락에도 회신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김 청장이 사전에 핼러윈 관련 이태원 인파 밀집 우려를 인지했다고도 보고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해 10월17일 화상회의에서 경찰서장들에게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이 예상되니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달 24일에도 같은 지시를 반복했다고 적시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이태원 참사 1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압사라든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간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고 언급한 김 청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기소된 정보라인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부각해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내용의 대응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김 전 과장은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보고서를 안 썼다고 하면 어떻겠냐, 컴퓨터를 다 지우는 게 어떠냐, 보고서를 안 만들었다고 하기 싫으면 용산서에서 핼러윈을 대비해 112종합상황실에서 제출한 요약본이라고 하면 어떠냐” 등의 말로 회유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달 30일 박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증거인멸 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하고, 이들 지시에 따라 파일을 삭제한 용산경찰서 직원 A씨도 증거인멸과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보고서는 핼러윈 데이 전후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성이 있고 그 위험성에 대한 경찰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경찰의 대응 미비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여러 경찰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과 관련된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가 되는 자료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등 전면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경찰 정보라인 관계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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