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인파 보고에 “크리스마스 같은 것, 집회 총력 대응해야” 묵살

박세영 기자 2023. 1.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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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 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정보라인 증거인멸 의혹 검찰 공소장

용산 정보과장, 정보관 ‘인파 관리’ 보고 묵살

검찰, 경찰청 등 전면적인 압수수색 진행

이태원 참사 사흘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은 핼러윈 데이 인파 관리 필요성에 관한 보고를 받았으나 “그냥 크리스마스와 같은 거다, 그냥 자료만 올리고 집회에 나와야 된다”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 용산서 직원 A씨 등 경찰 정보라인 3명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0월26일 용산서 정보관으로부터 ‘핼러윈 데이에 이태원에 나가 현장에서 인파관리, 위험상황 발생시 경력요청 등 신속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 전 과장은 해당 정보관에게 “이거 누가 쓰라고 했나, 주말이고 하니까 집회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할 게 뭐 있나, 주최측도 없고 그냥 크리스마스와 같은 거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참사 발생 전후 이태원 현장에는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배치되지 않았다. 김 전 과장은 지난 국정조사에서 용산경찰서 정보관을 모두 대통령실 인근 집회 현장으로 배치한 것을 두고 “당시 (개최된) 집회가 단체 성향이 너무 달랐기에 거기에 좀 민감해서 (정보관) 전원을 제 판단 하에 배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이태원 인파관리에 대한 당부가 있었음에도 서울경찰청 정보부나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실효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공소장에 언급됐다.

박 전 부장의 경우 이태원 참사 전인 지난해 10월17일과 24일 열린 화상회의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핼러윈 데이 인파 집중 위험성에 대비하라고 지시했지만 서울청 정보부에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 전 과장도 같은 날 열린 용산경찰서 과장회의에서 이임재 당시 서장이 핼러윈 데이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용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로부터 받은 업무추진 계획 수립 연락에도 회신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김 청장이 사전에 핼러윈 관련 이태원 인파 밀집 우려를 인지했다고도 보고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해 10월17일 화상회의에서 경찰서장들에게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이 예상되니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달 24일에도 같은 지시를 반복했다고 적시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이태원 참사 1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압사라든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관련해서는 특별히 그간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고 언급한 김 청장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기소된 정보라인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부각해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내용의 대응 방안을 공유한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김 전 과장은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에게 “보고서를 안 썼다고 하면 어떻겠냐, 컴퓨터를 다 지우는 게 어떠냐, 보고서를 안 만들었다고 하기 싫으면 용산서에서 핼러윈을 대비해 112종합상황실에서 제출한 요약본이라고 하면 어떠냐” 등의 말로 회유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달 30일 박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증거인멸 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하고, 이들 지시에 따라 파일을 삭제한 용산경찰서 직원 A씨도 증거인멸과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보고서는 핼러윈 데이 전후 많은 인파가 몰려 위험성이 있고 그 위험성에 대한 경찰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경찰의 대응 미비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여러 경찰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과 관련된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가 되는 자료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등 전면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경찰 정보라인 관계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대화 내용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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