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형은 복수만 부채질할 뿐”... 이란 시위자 처형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이란 ‘히잡 시위’ 참가자들을 연달아 처형하는 등 강경 진압하고 있는 이란 사법부를 비판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히잡 시위’란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사건 이후 이란 전역에 퍼진 반정부 시위를 말한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국 바티칸 주재 대사들이 참석한 연례 연설에서 “최근 여성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이란에서 보듯, 사형이 계속 집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사법부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반정부 시위 참가자 4명을 처형했는데, 이를 직접 비판한 것이다. 교황은 또 “사형은 범죄를 억지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정의를 가져다주지도 않으며, 오직 복수에 대한 갈증만 부채질할 뿐”이라며 “국가 사법에 의해 행해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그간 이슬람교도들과 화합하려는 모습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교착 상태에 빠진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핵무기는 사용뿐 아닌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반정부 시위에 대해 “국가를 배신한 행위이자 틀림없는 반역”이라며 “이들의 목표는 제도 개선이 아닌 국가의 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이러한 배신 행위에 대해 심각하고 공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들도 우리의 딸들”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위에 대해선 기존 강경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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