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싸움 희생자” vs “기술 유출”…빅토르 안을 보는 두 가지 시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패’
빅토르 안이 지금껏 쌓아 올린 스펙만 놓고 보면 그가 성남시청 쇼트트랙팀 코치를 맡는 데 무리는 없다. 17년 전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로 전성기를 구가한 그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 5연패 등을 이뤄내며 대한민국 대표 쇼트트랙 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그의 러시아 귀화와 중국 대표팀 코치 경력을 두고 비난 여론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로 귀화했다. 표면적으론 소속팀의 해체 문제였지만 빙상계 안팎에서는 빙상계 파벌싸움에 휘말린 빅토르 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의 러시아 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빙상연맹의 파벌 논란이다. 빅토르 안의 아버지인 안기원씨는 200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열린 선수단 환영식에서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빅토르 안도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파벌싸움이 너무 커져서 선수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 같아요. 지금은 다 관두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드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의 귀화는 성공적이었다. 빅토르 안은 소치 대회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경기를 뛰지 못하자 2020년 선수 생활을 마친다.
이후 그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대표팀 코치로 선임되면서 또다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빅토르 안은 당시 김선태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쇼트트랙대표팀 감독과 함께 중국 선수들을 지도했고 팀의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하지만 국내 팬들은 다른 곳도 아닌 한국 대표팀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 선수들에게까지 훈련법과 기술을 노출한 데 대한 비난이었다. 당시 빅토르 안도 “내 가슴에 어느 나라 국기가 달리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 선택이기 때문에 각오도 하고 있다”며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한 심경도 전했다.
여기에 중국팀이 계주 터치를 못 하고도 금메달을 따고, 다른 나라 선수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실격당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 국민 분노와 반중 감정이 치솟으면서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로 합류한 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빅토르 안은 당시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나 사실 아닌 기사로 인해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이나 욕설은 삼가 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빅토르 안이 현재 코치직을 지원한 성남시청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인 최민정(25)이 소속된 국내 최고 여자 쇼트트랙팀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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