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날 위 이재명, 베일까 벨까

이혜리·윤승민 기자 2023. 1.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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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성남FC 후원금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12시간 검찰 조사
이 “정치검찰 함정…답정기소” 반박…검 “증거 명백” 이달 중 기소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들어가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제1야당 대표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날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토지 용도 변경, 건물 신축 인허가 등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를 받는다.

이 대표는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해 오전 10시45분쯤부터 오후 10시42분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10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했으며 검사의 질문에는 최소한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검찰 조사는 이날 오후 7시쯤 마무리됐으며 이후에는 장시간 조서열람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와 “답은 정해져서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 조사과정에서도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며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앞서 “사법 쿠데타, 답정기소(답은 기소로 정해짐)”라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며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이유는 헌정사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다”라며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 나가고 있다.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FC 사건의 쟁점은 이 대표가 기업들에 성남FC 후원을 요구했는지, 기업들이 이 대표에게 현안 해결을 청탁했는지, 이 대표가 기업들 현안을 인식하고 성남시 직원들에게 해결을 지시했는지, 기업들이 후원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이다.

기업이 시민구단을 후원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 터라 검찰은 후원 전후 사정, 액수 등에서 통상적인 후원과 성남FC의 경우가 어떻게 다른지 입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전 성남시 공무원과 전 두산건설 대표이사를 먼저 기소하면서 이 대표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가 두산건설의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과 성남FC 돈 지급 방법 등을 검토·승인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성남FC는 적법한 계약에 따라 기업을 광고해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라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후원금은 성남시가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광고계약은 성남FC 임직원들의 영업활동이고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뇌물죄보다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

검 ‘관련자들 진술에 영향’ 논리로 이 대표 영장 검토

단순뇌물죄는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한다.

다만 청탁 내용이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대가’가 오갔다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전 성남시 공무원과 전 두산건설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것과 달리 이 대표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대표가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 대표를 아직 조사하지 않은 상태라 중앙지검 수사 상황에 맞춰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이날을 끝으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달 중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구속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1월 임시국회가 열려 있는 상태이고,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혜리·윤승민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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