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온돌·아름다운 처마 ‘케이하우스’ 세계화 시대 엽니다”

박임근 2023. 1.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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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남해경 교수
남해경 전북대 교수가 지난 1월5일 직접 지은 전주 교정의 한 정자에서 한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자랑스러운 한국의 전통건축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자부심으로 적자를 볼 때도 있지만 정성껏 한옥을 짓고 있습니다.”

한류 흐름을 타고 3년 전부터 한옥을 세계에 수출하는 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남해경(64) 전북대 한옥건축학과 교수와 팀원들이다. 남 교수는 2010년 폴리텍대학을 인수해 한옥 특성화 캠퍼스로 꾸린 전북대의 고창캠퍼스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그동안 산업체를 비롯해 일반인을 위한 한옥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약 2천명을 배출했고, 올해부터는 고창군과 협약을 통해 학부 4년제 정규 과정도 개설한다. 또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한옥 수출 첨병으로서 동료의식을 갖춘 이들과 함께 한옥 관련 교육·연구·생산·수출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한옥종합산업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대 건축과 78학번인 그가 왜 한옥에 심취해 수출까지 하게 됐는지 지난 5일 전주 본교에서 만나 들어봤다.

2020년 알제리 ‘정자’ 등 6개국 수출
현재 10개 나라 20여개 협상 진행중
미국 조지아주 한옥호텔·마을 조성
태극기 게양·전북대 현판 달기 ‘필수’

고창캠퍼스 특성화로 2천여명 배출
“바우하우스같은 ‘한옥의 메카’ 도전”

지난 2021년 4월 베트남 퀴논 현지에서 전북대 한옥건축학과팀의 설계와 목재로 한옥 정자를 조립하고 있다. 남해경 교수 제공

“한옥 분야 만큼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전주는 도심에 한옥마을이 있고, 비빔밥을 비롯한 한식도 유명해 이런 전통문화를 살려 최고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더이상 중앙에서 무시받는 지방대의 설움을 제자들은 느끼지 않도록 특성화에 앞장섰습니다.”

한옥 수출은 지난 2020년 알제리의 한 국립대학에서 요청을 받아 수도 알제에 한옥 정자를 짓기로 한 게 시작이었다.

유튜브가 10여개 있데요. 그중 하나는 100만뷰가 넘는데요. 그걸 보는가 봐요.

이어 최근까지 한옥을 수출하거나 수주받은 지역은 미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6개 나라에 이른다. 현재 10개 나라와 20여개 프로젝트를 협상 중이다. 지난 2022년 12월에는 호주 시드니를 방문해 코리아가든 문화재단과 한옥 수출 협약을 맺었다. 시드니 코리아가든은 한국전쟁에 참가해 희생된 호주 군인들을 추모하고, 한국 교민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를 만들고자 참전용사 추모비와 전통 한옥 정자와 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이다. 남 교수팀은 올해 5월 시드니 한인축제에 초청받아 한옥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지난 2022년 12월 호주 시드니 현지에서 남해경(왼쪽 네번째) 교수를 비롯한 전북대 방문단과 현지 코리아가든문화재단 관계자들이 한옥 공원 조성을 위한 기공식을 했다. 전북대 제공

외국에 한옥을 짓는 비용은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단순히 건축비용만 고려하면 평당(3.3㎡) 약 15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여기에 재료 운반비와 인부들의 현지 체류비 등이 합해지면 비용이 커진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역시 주재료인 목재 수급이다. 국내에서 모든 재료를 가공해 건조한 뒤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현지 운송한 뒤 이를 다시 인력을 파견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목재 건조도 습한 동남아와 건조한 아프리카 등 외국 현지 기후에 맞게 달리해야 한다. 한옥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맞춤과 이음으로 조립하기에 목재가 상하지 않도록 포장도 잘 해야 한다. 목재에 해충이 들어가면 부스러지기 때문에 훈증(소독)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국가별로 다른 검역시스템도 해결해야 한다.

독채 1동만 지으면 부재를 만들어 선적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면 된다. 하지만 미국 조지아주에 추진하는 한옥호텔과 한옥마을처럼 40여채를 짓는 대규모 공사에는 물량이 많기 때문에 현지에 가공공장을 지어야 한다. 특히 미국은 강화된 내진설계를 요구함에 따라, 초석 위에 기둥을 세우는 한옥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볼트로 고정하는 기술을 확보해 통과했다고 한다.

남해경 교수팀이 설계하고 재단해서 수출한 한옥 자재를 컨테이너에 싣어 운반하고 있다. 남해경 교수 제공

“주로 수주 요청이 들어오는 외국을 보면 한국 드라마나 방탄소년단(BTS) 같은 ‘한류 문화’를 선도하는 예술인들의 영량력이 큰 지역들입니다. 한류 붐으로 사극이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한옥에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한옥을 직접 짓기를 원하는 거죠. 아직은 수익보다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한다는 사명으로 기꺼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 완공 뒤 태극기 게양과 전북대 현판 달기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죠.”

주거문화로서 한옥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물어봤다. 그는 “케이팝(K-POP)을 비롯한 한류문화가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데, 케이하우스(K-HOUSE)는 덩치가 크고 고가이기 때문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얼마든지 세계화가 가능하다”며 사례를 들었다. “캐나다에서 우리 쪽에 찜질방을 지어달라고 주문했는데, 자재 운반비가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는 대신 기술과 설계도면을 제공하겠다고 답했어요. 중국식 불가마는 공기를 바로 데우는 방식이어서 비용이 적게 들지만 쾌적하지는 않은 데, 온돌방식인 한국의 찜질방은 바닥을 달궈서 열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은은함과 쾌적함이 강점이죠. 여기에 처마 곡선을 비롯해 한옥은 외관의 아름다움도 빼어납니다. 온돌의 과학성과 처마의 미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셈이죠.”

그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현대건축의 표본인 독일의 바우하우스처럼, 전북대가 한옥의 메카로서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후손들이나 제3세계 국가 청년들을 초청해 한옥과 목공 교육을 시키고 싶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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