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조력사망 희망' 한국인 100명 넘겨…그들은 왜
[앵커]
조력 사망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습니다. 그 사이 스위스행 편도 티켓을 사려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조력 사망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계속해서 임지수 기자입니다.
[기자]
전 세계에서 외국인의 죽음까지 도와주는 곳은 스위스 단체 4곳뿐입니다.
의사가 약물을 주입하는 안락사와 달리, 의사 처방 약을 스스로 주입하는 '조력사망'만 허용됩니다.
1998년 가장 먼저 외국인으로 대상을 넓힌 디그니타스 기준, 한국인 가입자는 104명입니다.
4년 전 피부병 주사를 맞은 뒤 척수염이 번져 하반신 마비 환자가 된 이명식씨도 스위스 4개 단체에 가입했습니다.
[이명식/스위스 조력사망 단체 4곳 가입 : 이걸 가는 거야. 이 희망이 생기니까. 야 길이 있구나. 그래 참아내자.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 그러려면 어떡해. 여기저기 걸쳐 놔야지.]
취재진이 접촉한 스위스 단체들에 따르면 최소 8명 한국인이 스위스에서 숨졌습니다.
[루에디 하베거/스위스 단체 '페가소스' 대표 : (한국인 중) 한 여성은 피부질환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고 너무나 고통스러워했습니다.]
60대 폐암 환자였던 허모 씨의 죽음은 스위스를 동행한 작가를 통해 최근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신아연/작가 : (허씨가)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처럼 그런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다고 두렵지는 않았다고 말씀하셨던 게 되게 마음에 남아요.]
지난해 6월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이나 호스피스 등 기존 제도조차 미비한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큽니다.
[문재영/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장 : (우리나라 말기 환자들에게)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요. 그 (조력사망) 제도에 떠밀려서 몰려가는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일 수 있다는 거죠.]
종교계는 생명 경시를 조장한다고 반발합니다.
[박은호/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연구소장 : 최근에 네덜란드는 치매노인에 대한 안락사까지 인정하는 상황입니다. 의사조력자살의 제도화가 정말 말기환자에게만 제한될 것인가 (의구심이 듭니다.)]
좋은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건 공통된 지적입니다.
(영상디자인 : 강아람 / PD : 박서혜 / 리서처 : 류지나·고선영)
▶"존엄하게 죽으러 왔습니다"[스위스 조력사망 JTBC 현장 취재] ①
☞ https://www.youtube.com/watch?v=AzagRrAi-pY
◆ 관련 리포트
[트리거] 스스로 죽음을 예약한 환자…'스위스 조력사망' 현장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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