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인기에 장사 뛰어드는 2030…“최저임금도 못 벌어” 울상

최미송 기자 2023. 1. 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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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요?" " 2개에 1000원입니다."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

대구 동구에서 두 달 전 붕어빵 노점을 열었다가 최근 문을 닫았다는 김인해 씨(25)는 "나이가 어리고 체력도 좋은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매일 10시간 이상 한파 속에서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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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경기 수원역 앞에서 붕어빵 노점상을 운영하는 강한주 씨(오른쪽)가 이날 동행 취재에 나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반죽을 기계에 부으며 붕어빵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수원=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얼마에요?” “ 2개에 1000원입니다.”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 길거리를 오가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붕어빵을 파는 노점 앞에 멈춰섰다. 붕어빵을 굽던 강한주 씨(26)의 손도 빨라졌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 인기를 모으면서 붕어빵 파는 노점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등장했다. 유튜브에서 ‘붕어빵 창업 성공기’ 등의 동영상을 보고 직접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초기 자본이나 시설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붕어빵 창업을 한 이들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손님은 많지만 물가 때문에 울상

동아일보 기자는 이날 붕어빵 장사를 하는 강 씨의 하루 장사를 옆에서 지켜봤다.

강 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 동안 붕어빵 약 150마리를 팔았다. 손님 발길은 계속 이어졌지만 단가가 낮다보니 한나절을 꼬박 일해 번 돈은 7만5000원에 그쳤다. 그는 “재료값 3만5000원과 가스비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적자“라고 하소연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 밀가루와 팥 등 재료비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서우 씨(24)는 “일주일 내내 추위와 싸우며 일했는데 따져보니 시간당 최저임금도 안 나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10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밀가루는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며 3㎏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1.9% 오른 5490원을 기록했다. 수입 붉은 팥 가격은 800g당 평균 가격이 5년 전(3000원)의 2배가 됐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액화석유가스(LPG) 등 연료비도 크게 올랐다.

겨울철 간식인 만큼 한파도 견뎌야 한다. 대구 동구에서 두 달 전 붕어빵 노점을 열었다가 최근 문을 닫았다는 김인해 씨(25)는 “나이가 어리고 체력도 좋은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매일 10시간 이상 한파 속에서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 인근 상인에게 신고 당하기도 일쑤

길거리 장사다 보니 자리잡기도 쉽지 않고, 어렵게 자리를 잡아도 인근 상인들로부터 자릿세를 요구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법상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건물 및 시설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지 않고 장사를 하다 적발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A 씨(31)는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서 장사를 하다 상인으로부터 구청에 신고 당한 적도 있었다”며 “붕어빵을 팔아 남는 돈도 얼마 없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자릿세 20만 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우 씨도 “장사를 시작하기 전 며칠동안 발품을 팔며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해도 될지 물어봤지만 다들 반기지 않았다”며 “상권이 안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도 인근 상인에게 임대료 10만 원을 매달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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