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오존층 회복
지구를 곧잘 사람의 몸으로 비유한다. 더워진 지구의 기후재난(홍수·가뭄·폭염·혹한·태풍·산불)을 늙어가는 인체(혈관·오장육부·이목구비·뼈·치아) 질환으로 설명하면 쉽다. 둘 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빈발하고, 되돌리기 쉽잖은 퇴행성인 까닭이다. 그 반전이 지구 성층권에서 일어났다는 희소식이 10일 세계를 흥분시켰다.
세계기상기구(WMO)·유엔환경계획(UNEP)·미 항공우주국(NASA) 등이 2040년까지 대부분의 지구 오존층이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거라는 공동 보고서 ‘오존층 감소에 대한 과학적 평가: 2022’를 내놓았다. 심각하게 훼손된 극지방 오존층도 북극은 2045년까지, 남극은 2066년까지 복원될 걸로 봤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는 냉장고·에어컨 냉매나 스프레이·발포제 등에서 나오는 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가 대표적으로 지목된다. 1989년 프레온가스를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세계 각국에서 이 가스 발생량을 99%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10~55㎞ 상공에 있는 오존층은 햇빛 속 자외선을 차단해준다. 연간 200만명이 발생하는 피부암이나 백내장 환자가 줄 수 있고, 바다의 식물 플랑크톤 성장은 촉진된다. 2021년 과학저널 네이처 보고서는 프레온가스 규제로 지구 기온이 1도 오르는 걸 막았다고 분석했다. 지구 생태계 복원과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 것이다. 오존층 복원에 따른 무형의 효과는 더욱 크다. 인류가 집단지성과 노력으로 지구를 되살려낸 첫 결실이 오존층일 수 있다.
다음 차례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탄)다. 2020년 4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노려보았던 뉴욕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용어는 ‘기후위기’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후 1.2도 올라 1.5도로 묶자는 기후협약 목표까지 이제 0.3도 남았다. 올해부터 시범운용돼 2026년 적용되는 유럽의 탄소국경세는 기후가 관세장벽이고 돈임을 일깨운다. ‘탄소제로’ 발걸음이 더딘 한국도 머잖아 맞닥뜨릴 미래다. 줄이지 못한 온실가스는 미래세대 재앙으로 돌아온다. 오존층을 살린 지구인의 노력이 온실가스로 향해야 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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