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대중교통료 인상 시민 삶 직결… 정부 지원 반드시 끌어내야” [세계초대석]

구윤모 2023. 1. 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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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 예산 100억 파격 삭감
반값 등록금 등 11년간 6370억 투입
대학 랭킹은 300 계단이나 곤두박질
쇄신경영 즉각 돌입, 경쟁력 회복해야
TBS 예산 폐지·교육청 예산 삭감
교통방송 역할과 기능서 멀어진 TBS
민영방송으로 전환해 자율성 얻어야
교육청 불필요한 3不 예산 정리한 것
시의회 역할과 방향은
과거 지자체의 거수기역할서 벗어나
감시와 견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정책 주도하는 의회로 거듭날 것 약속

“총론은 같지만 각론은 다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대중교통 요금은 시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서울시가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들은 대중교통 요금이 올라도 결국 탈 수밖에 없다”며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먼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5일 중구 태평로 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시를 향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앞서 정부를 먼저 설득해 지원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김 의장은 자신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도 “특별 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최초의 4선 서울시장 자리에 올랐다. 시의회에선 국민의힘이 전체 112석 중 76석을 차지하며 12년 만에 다수당을 탈환했다. 당시 오 시장의 역점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시의회가 서울시정의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김 의장은 “시의회 본연의 기능은 감시와 견제이기에, 오 시장에게 무조건 협력하는 일은 없다”며 “정제되지 못한 정책은 보완하고 정확하지 않은 예산은 삭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서울시정 개혁, 교육행정 개혁, 의회 내부 개혁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전력투구했다”며 “올해엔 부족한 곳은 메우고 더 개선할 부분을 찾아 개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일문일답.

―지난해 서울시의회 의정활동을 돌이켜보면.

“행정에 끌려가는 의회가 아닌 정책을 주도하는 의회로 거듭나고 있다고 자평한다. 우선 서울시정 개혁에 나섰다. 1조원에 달했던 시민단체 보조금 등 예산 낭비의 근간이 된 혈세 유출을 막고, 근거가 된 조례를 재검토했다. 서울교육행정을 개혁하고, 동시에 기초학력을 높여 학생들을 두텁게 보호했다. ‘일하는 의회’로 전환하기 위한 인사개혁도 시행했다.”
―민선 8기 오 시장의 서울시정을 평가하면.

“현재까지는 무난하게 시정을 펼치며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 오 시장은 원칙주의자다. 저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현재 안심소득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점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결국 성공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했다. 시의회가 시정 감시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나.

“저는 늘 ‘화이부동’을 강조한다. 서로 조화를 이루지만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오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고 해서 특별한 배려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저는 ‘의회주의자’라고 자부한다. 기본적으로 시의회 본연의 기능은 감시와 견제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 방향에는 협조하겠지만 정제되지 못하면 보완 조치할 것이다. 예산 문제도 정확하지 않으면 삭감하겠다. 오 시장에게도 정책의 최종결정권자가 시의회라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입장은.

“서울시 생각과 총론은 같지만, 각론에선 차이가 있다. 우선 지하철 요금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누가 결정했나. 정부가 결정하고 손실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떠안으라는 형국이다. 서울 지하철 하루 이용 인구가 약 700만명이다. 이들이 모두 서울시민인가. 서울 지하철은 국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의 대승적인 결단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요금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중앙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 안 되면 오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가 시위라도 하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의회에서 반대할 수 있다.”
―내년 서울시립대 예산 100억원 삭감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우려가 큰데.

“이번 예산 삭감은 시립대에 쇄신책을 마련하라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시립대에는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서울시에 재정을 의존하다 보니 경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대학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11년간 6370억원의 세금을 지원했음에도 학교 순위는 2012년 500위권에서 지난해 800위권(QS 세계 대학 랭킹)으로 곤두박질쳤다. 시립대 반값등록금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시립대는 구조조정과 쇄신경영에 돌입해 원상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재학생들의 피해는 없도록 하겠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만큼 장학금으로 환원하겠다.”

―교통방송(TBS) 예산 지원이 2024년 폐지된다. TBS가 향후 시정방향에 맞게 운영된다면 다시 지원할 것인지.

“예산을 다시 지원할 일은 없다. TBS의 주주는 서울시민이다. 시민이 ‘TBS는 제대로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했다’, ‘편파방송을 했다’는 판정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내렸고, 그 시민의 뜻을 받들어 시의회가 나선 것이다. TBS는 이제 공영방송에서 사라져야 한다. 교통안내라는 소명을 다했고, 재난방송 역할도 부족했다. 더는 수명을 연장해줄 이유가 없다. TBS의 서울시 재정의존도는 70%대에 달한다. 투입된 예산만큼 시민을 위해 기능을 했나. 김어준씨가 3년6개월 후에 돌아오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는 교통방송이 필요 없다는 점을 본인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TBS는 민영방송으로 전환해서 창의성, 자율성을 확보하면 된다.”
―내년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5688억원 삭감됐다. 시의회 민주당과 일선 교육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일각에서 교육예산이 줄었다고 주장해 교육현장과 서울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5688억원 감액됐다고 하나 결론적으로 보면 전년 대비 약 2조3029억원(21.7%) 증가했다. 이번에 감액된 예산은 용도가 불요불급한 정책, 집행목적이 불분명한 정책, 사업효과가 불투명한 정책, 이른바 ‘3불 정책’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전자칠판 1590억원, 디지털 기반 학생 맞춤형 교수학습지원(디벗) 923억원 등이다. 시의회가 당연히 해야 할 기능이다. 또 감액분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청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돼 있다. 언제라도 교육청이 제대로 된 예산 계획을 가져오면 심의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 대처 과정에서 시의회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이태원 참사가 서울에서 발생한 일이긴 하나, 범정부 차원에서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국회에선 국정조사를 실시 중이지 않나. 당초엔 참사 이후 ‘이태원 참사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자칫 사고수습과 대책 마련에 분주한 현장에 혼란과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유보했다. 다만 안전 사각지대를 빨리 없애야겠다고 판단해 제가 주도적으로 지난해 11월3일 ‘다중 운집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난달 2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주최·주관자가 없는 다중운집 행사에 대해서도 서울시장이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시의회는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종료되면 특위를 운영해 후속대책을 마련하겠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
―지방의회 역할이 강화됐지만, 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다.

“뼈아픈 지적이다. 감시와 견제라는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게 원인이라고 본다. 의원들이 늘 자성하고 쇄신하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지난 12년간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시의회는 의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고 서울시 역주행에 동승했다. 그 결과 ‘거수기 의회’라는 오명을 받지 않았나. 저는 개원 당시부터 이를 바로 잡고자 원칙과 상식으로 시의회를 운영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앞으로도 시의회 역할을 분명히 해서 무너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방의회 위상을 높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시의회 역점사업과 의정 방향은.

“앞서 언급한 3불 정책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를 면밀히 해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시민 안전을 지켜나갈 것이다. 시청과 교육청의 중단 없는 개혁도 지속하겠다. 특히 교육청의 기초학력평가시스템 구축, 급식방법 개선, 잘못된 노조와의 협약 등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 정부, 서울시 기조와 발맞춰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도 적극 협조할 것이다. 서울시 관광산업 활성화 역시 시의회가 많이 도와야 할 부분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으로서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1956년 경북 영주 출생 ●동국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1급 사회복지사, 행정사 ●서울시의회 7·8·9·11대 의원(4선)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중앙연수원 교수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장(2022년 7월~) ●제18대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2022년 9월~)

대담=박종현 사회2부장, 정리=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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