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검찰 함정에 당당히 맞설 것"... 민주, 단일대오 과시 속 이견도
지도부 포함 의원 50여명 동행
비명 "방탄 프레임 공고화" 우려
12시간 가량 조사 받고 귀가하며
"검찰이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면서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12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는 "검찰이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며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현직 제1 야당 대표 소환 조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지도부를 포함해 소속 의원 50여 명이 동행해 단일대오 태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비이재명(비명)계를 중심으로 대표 선출 이전 의혹과 관련해 당 전체가 세 과시에 나선 모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명 "없는 죄를 조직하는 사법 쿠데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과 만나 "어차피 답은 정해져서 기소가 명백하다는 것이 조사에서도 많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며 약 14분에 걸쳐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오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 계약을 부정행위처럼 만들고 있다"면서 "성남FC의 운영비가 부족하면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게 상상이 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 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고, 노무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 모략으로 고통을 당했다. 이분들이 당한 일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다"며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고 비판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에 빗대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한 셈이다.
향후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하며 법정 다툼에 나설 뜻도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에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답정기소'를 했다"며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결국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 지도부 총출동·'김건희 특검 TF' 가동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 50여 명이 함께하며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이날 '성남시민프로축구단 광고비 사건 개요'라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무혐의 입증을 위해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여론전에도 당력을 쏟아부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가동을 위한 당 태스크포스(TF) 구성도 완료했다. TF에는 박범계, 김남국,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 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으며, 특검법 발의 당시 거론된 의혹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성남지청 주변에는 이 대표의 출석 이전부터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은 수백여 명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표적수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맞은편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에 이 대표는 성남지청 정문 앞 도로에서 차량에서 내린 뒤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성남지청 본관 건물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까지 천천히 걸어 이동했다. 200여m를 이동하는 데만 15분가량 소요될 정도로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검찰 조사 이후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 나선다. 11일 지역구인 인천을 찾아 민심을 경청하는 국민보고회를 여는 데 이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국 구상을 밝힌다. 조사 이후 검찰발 언론플레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민생 현안을 강조하며 '설 밥상머리 여론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비명계 "방탄 프레임만 공고화" 지적도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당 전체가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두고 비명계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방탄 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분위기와 관련해선 "절대 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KBS 라디오에서 "우르르 몰려가서 시위하는 식으로 하는 스타일은 정치를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남=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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