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어디로 가나요”…정시서 이과생이 최대 80% 쓸어가
기울어진 통합수능, 이과의 문과침공 고착
수학 1등급 내 이과생 80%로 초강세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와 수학에서 통합수능이 실시됐다. 통합수능 수학은 수학Ⅰ·Ⅱ를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한다. 국어는 ‘문학’, ‘독서’를 공통으로 치르고,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중 한 과목에 응시한다. 하지만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는 선택과목 그룹별로 분리해 계산하지 않고 통합해 계산한다. 서로 선택과목이 다른데 같은 무대 위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1등급 내 이과생 비중은 2022학년도 수능에선 85.3%이었고, 2023학년도 수능에선 88.9%로 추정된다. 국어의 경우 1등급 내 ‘언어와 매체’ 비중은 2022학년도 65.0%이었고, 2023학년도는 72.1%로 분석된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학에서는 ‘미적분’ 또는 ‘기하’가 ‘확률과 통계’를 2개년 모든 모의고사에서 2~6점까지 앞섰다. 같은 100점을 맞았다고 해도 미적분과 기하의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국어는 ‘언어와 매체’가 2개년 내내 ‘화법과 작문’보다 1~6점이 높았다. 이 같은 격차는 구조적 문제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통합수능 3년차인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수능 체제로 들어서면서 대입판도는 크게 달라졌다.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강세에 힘입어 대거 인문계 학과로 교차지원에 나선 것이다. 대학 수준을 높여 경영·경제 등 인문계 주요학과에 합격한 뒤 이공계 학과를 복수전공하는 식이다.
실제 지난해 주요대 합격생의 예체능 제외 문이과생의 비중을 분석해보면, 서울대는 이과생이 79.2%, 경희대는 81.6%, 서울 주요대 중 한 곳인 A대의 경우 90.0%에 육박했다. 주요대에서 자연계 학과는 물론 인문계 학과도 신입생 대부분이 이과생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통합수능 이전 체제인 2021학년도 수능까지는 상위권 대학에서 이과생의 교차지원이 활발하지 않았다.
정시 합격선도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 수능 체제인 2021학년도와 통합수능 첫 해인 2022학년도 정시 합격선을 비교했을 때 주요대 인문계 학과의 합격선(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이 일제히 하락하는 이변이 속출했다. 하락 폭은 주요 19개대에서 작게는 3.4점에서 크게는 18.8점에 달했다. 자연계 학과는 대학별로 변화폭은 -6.7점에서 +7.8점으로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등락폭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통합수능 체제에서 수학에서 문과생 약세가 가장 큰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문과생은 대입에서 전반적으로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대입전략은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이과생에게 인문계 학과로 교차지원은 이제 하나의 주요한 대입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적정·소신·상향 지원을 판단하는 기준은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수능학습과 관련해 특히 문과생은 수능최저 충족을 우선할 것인지 여부를 더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통합수능에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수시와 정시 지원패턴에서도 드러난다.
통합수능 2개년 동안 수시, 정시모집 현황을 분석해보면, 수시모집에서 서울권 대학으로 집중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권 대학 경쟁률은 2022학년도 16.01대 1에서 2023학년도 16.85대 1로 상승했다. 모집인원이 995명이 줄었지만 지원자 수는 2만3163명이 늘어나는 등 서울권으로 집중은 도드라졌다. 수시에서 지방권은 같은 기간 지원자 수가 3만1458명 줄었다.
정시에선 전반적으로 하향·안정지원 추세가 나타났다. 수시모집에선 집중됐던 서울권이 정시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서울권 대학 정시경쟁률은 2022학년도 6.10대 1에서 2023학년도 5.81대 1로 하락했다. 지원자 수는 3791명이 줄었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5.99대 1에서 6.09대 1로. 지방권은 3.36대 1에서 3.56대 1로 경쟁률이 소폭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통합수능 체제에서 불확실성 증가가 가장 큰 배경으로 풀이된다. 선택과목 간 격차와 이과생 교차지원 급증 등으로 수험생 사이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시에선 하향·안정지원 추세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통해 전국 대학의 수시·정시 합격선이 정교하게 발표되면서 무리한 상향이 줄고 지원 가능권에 대한 해석이 정확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시에서 70%컷 등 동일기준으로 전국 대학의 내신 합격선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합격예측이 더 정교해졌고, 상위권 학생들이 수시에 대거 합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당수 수능 고득점 학생이 수시에서 이미 합격해 정시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터졌다! 설 연휴 가장 많이 떠나는 여행지 1위 - 매일경제
- “노력했더니 정말 달라지네”…지구에게 날아온 기쁜소식, 뭐길래 - 매일경제
- “40% 폭락해 난 손절했는데”...버핏형은 24배 챙긴 이 종목 - 매일경제
- 실적 순항 중 갑자기 7% 급락한 이 종목…초고수는 ‘줍줍’ - 매일경제
- “이렇게 전세 손님 없긴 처음”…전세매물 가장 급증한 곳은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장위자이 60% 계약 … 둔촌주공 훈풍 부나 - 매일경제
- 목욕탕서 알몸일때 불나면…“이것 걸치고 탈출하세요” - 매일경제
-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 폭로에 축구협 공식 입장...“문제 개선할 것” - 매일경제
- 삼성전자 대거 사들이는 외국인…“7만전자 눈앞으로?” - 매일경제
- 특별회비부터 선수단 급여 지연까지…허재 대표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MK고양]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