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은 ‘하늘의 별 따기’…예술 전용 무대 턱없이 부족
■ '기지개 켜는' 지역 공연예술계
새해 들어 신년음악회를 필두로 각종 공연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로 이전의 환경을 되찾은 공연장마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각종 연주회와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의 무대를 한껏 내놓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인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도 54개 작품의 80여 차례에 이르는 올해의 시즌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문화가 있는 날' 등의 정기 공연과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 매년 열리는 축제 형식의 음악회 등이 포함돼 있지만, 대관 공연들은 별도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대전예당에서는 기획공연 69작품 95회, 대관 공연은 178작품 230회를 선보이며 그야말로 목말랐던 공연예술 무대에 대한 갈증을 한껏 풀어냈습니다. 공연 성수기가 시작되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휴관 일이나 무대 준비 기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날짜에 잡혀있던 공연 일정을 보면 그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 19로 위축됐던 공연예술계에서 때를 기다렸던 무대가 많았고, 다행히 거리두기 해제로 공연장도 예전 분위기를 되찾으면서 관객들의 호응도 충분히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설 '무대'가 없다?…대관은 '하늘의 별 따기'
언뜻 '활황'처럼 보이는 공연예술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역 예술가들이 그리워했던 무대에 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자가 만난 지역의 한 민간 오케스트라 운영진은 마땅한 무대를 구할 수가 없어서 공연을 기획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임용이나 입단을 위해 연주회 '경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인 연주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 콘서트 전용 무대지만, 대관 경쟁에서 기회를 잡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대전예당 '앙상블홀'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관료에 공연장의 지명도가 높게 평가되면서 성수기 대관의 경우 단 한 자리를 놓고 최대 15개 팀의 공연이 경합을 벌일 정도로 치열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대관 신청이 몰려있고, 마치 로또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연주자나 기획사들이 대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왜 '전용 공연장'이어야 하나?
그렇다면 '꼭 예당에서 공연을 해야만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대전에 등록된 실내공연장은 무려 59곳에 이릅니다. 하지만 예당과 시립연정국악원을 제외하면 공공기관에 강당 형태로 설치된 다목적 공연장이 대부분으로, 무대 환경이나 공연장 관리 시스템, 대관료 등의 차이에서 선뜻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당과 연정국악원의 시설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지만 다른 공연장의 가동률은 현격히 떨어지고 있는 이윱니다. 이 가운데는 민간 시설도 있지만, 63%인 37곳의 공연장은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곳입니다.
수치상으로만 그럴듯하게 나타나는 공연장.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요구에 걸맞는 클래식과 실용음악, 연극, 국악, 무용 등 장르별 전용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제기됐지만, 수십 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 건립되는 공연장은 모두 다목적 공연장 일색이었습니다. 특히 공연장을 새로 만드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만, 활용이나 가동률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기존 몇몇 다목적 공연장을 전용 공연장으로 리모델링만 해도 지역의 부족한 공연장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감동'의 크기가 다른 공연장
전용 공연장은 각각의 예술 특성을 살리고, 연주자나 공연자에게 최적의 상황을 제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관객이 받는 감동의 크기 또한 연주장의 상태에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같은 비용을 내고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이 온전히 전달되는 공연장과 그렇지 않은 공연장을 찾았을 때 관객이 느끼는 질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를 무조건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예술가들이 설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많아지면, 공연이나 활동이 활발해지고 당연히 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일상에도 여유가 더해질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새해를 맞아 지역 곳곳에서 퍼지고 있는 '전용공연장' 확보의 목소리를 지방정부가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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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기자 (real-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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