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산 달걀 121만개 도착, 15일부터 풀린다…산란계 농가 “비상식적”

강주리 2023. 1. 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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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시범 물량 수입란 국내 도착 발표

일일 달걀 생산량의 2.7% 수준
‘숫자 5개’ 표기…홈플러스·식자재 업체 공급

AI 확산시 본수입 앞서 시행착오 저감 차원
“수급 불안시 미국·호주 달걀도 수입 검토”
설 성수기 비축달걀 1500만개 시장 방출
산란계 협회 “비축달걀 더 싸게 팔아” 반발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적으로 수입한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를 이르면 15일부터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현재 계란 수급은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1월까지 철새 유입이 계속돼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될 경우 수급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범 수입 물량은 10일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착해 이르면 15~16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될 예정이다.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판매되고 있다. 2023.01.10.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르면 15일부터 스페인산 수입 달걀 121만개가 시중에 풀린다. 국내 일일 달걀 생산량(약 4500만개)의 2.7%에 해당하는 양으로 AI로 인한 국내 수급 악화에 대비해 본격 수입에 앞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시범 물량이다. 산란계 농가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산란일자 등 ‘숫자 5개’ 표기
국내산과 쉽게 구분 가능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시범 수입한 달걀이 이날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착한다고 밝혔다. 15일부터 홈플러스와 식자재 업체에 수입 달걀이 공급된다.

재작년 늦은 도입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유통기한을 넘긴 수입란을 대량 폐기 처분해 예산 수백억원을 날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021년 수입 당시 미국산 흰달걀 등 수입 달걀은 3억 8700만개에 달했다. 정부는 AI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로 AI가 발생하지 않은 미국의 주(州)와 호주 등으로부터 달걀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산 달걀은 시중에서 주로 유통되는 국내산 달걀과 같은 황색란이다. 국산 달걀은 껍데기(난각)에 10자리(산란일자+농장 고유번호+사육환경) 숫자가 표시돼 있지만 수입산은 농장고유번호 없이 5자리(산란일자+사육환경) 숫자가 표시돼 있어 맨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포장재에서도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수입 달걀은 스페인에서 위생검사를 거치고 국내에서도 검역과 소비기한 확인 등 서류검사, 변질·부패와 보존·보관 상태 등을 확인하는 현물 검사, 살충제 등 잔류물질을 검사하는 정밀검사 등 별도의 위생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적으로 수입한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를 이르면 15일부터 시중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현재 계란 수급은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1월까지 철새 유입이 계속돼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될 경우 수급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범 수입 물량은 10일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착해 이르면 15~16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될 예정이다.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계란이 판매되고 있다. 2023.01.10. 뉴시스

설 성수기 1500만개 비축 물량 푼다
“스페인산 병아리 수입도 검토”

정부는 또 설 성수기 동안에는 달걀 비축 물량 1500만개를 방출해 국내 달걀 가격을 안정화할 예정이다. 

정부 조치에 대해 산란계협회는 반발했다. 협회는 “정부가 가격 안정 명목으로 시중 달걀을 비축했다가 팔리지 않자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시중 판매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스페인계 달걀을 수입하기까지 하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달걀 수급은 안정적이지만 철새 이동이 1월에 절정을 이루는 만큼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산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추가로 AI 발생하지 않은 미국의 주(州·12곳)와 호주 등으로부터 추가로 달걀을 수입하거나 스페인산 병아리를 수입하는 등의 수급 안정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해외 달걀들의 가격이 더 비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미국, 호주 등의 달걀 가격이 AI 미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화되고 있고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경기 안성시 일죽면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H5형 항원이 검출돼 방역 관계자들이 농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산란계 3.6% 살처분… 272만 마리
농식품부 “당장 수입할 계획은 없어” 

국내 가금농장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 이후 고병원성 AI가 61건 확인됐고 이 가운데 산란계 농장 발생 사례는 21건이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산란계(7586만 마리)의 3.6%인 272만 마리가 살처분된 상태다. 다만 살처분 농장의 재입식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순감량은 180만 마리(2%) 정도가 될 것이라고 농식품부는 추산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산란계 살처분 마리수가 400만~500만 마리, 달걀가격이 한 판에 7000원 이상으로 예상될 경우 달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입 달걀을 도입했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수급에 현재 큰 지장이 없고 달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 수입 달걀을 본격적으로 들일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9일 기준 달걀 한 판(특란 30구) 기준 가격은 전국 평균 6627원으로 1년 전(6435원)보다 200원 정도 비싸지만 한 달 전(6740원)보다는 100원가량 내렸다. 지역별로 세종이 7013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북이 643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김 국장은 다만 “이번 달걀 수입은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AI가 1월에 절정을 이루는 만큼 살처분이 대폭 증가해 달걀 공급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일부 물량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것”이라면서 “더는 AI가 확산되지 않도록 농가에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수급 불안으로 인해 추가로 달걀을 수입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21년 수입된 미국산 달걀 모습. 산란월일과 사육환경 등 5개 숫자가 찍혀 있다. 이번에 시범 물량으로 들어온 스페인산 달걀은 국내 유통되는 달걀과 동일한 황색란이다.농식품부 제공
달걀 한 판 자료 사진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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