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찰, 압수수색 중에도 핼러윈 정보보고서 삭제했다”

2023. 1. 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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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받는 와중에도 핼러윈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 정보경찰을 지휘하는 간부는 일선에서 지시대로 보고서를 삭제하지 않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삭제를 거듭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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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않자 서울청 간부 “지시 제대로 이해하라” 종용
보고서엔 인파 운집 위험성·경찰 대응 필요성 시사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보경찰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받는 와중에도 핼러윈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역 정보경찰을 지휘하는 간부는 일선에서 지시대로 보고서를 삭제하지 않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삭제를 거듭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법무부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52)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의 공소장을 보면 박 전 부장은 용산서 등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해 11월 1일 오후 8시30분께 보고서 삭제를 처음 지시했다.

박 전 부장은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정보과장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언론에서 경찰 문제점을 취재 중이니 불필요한 문서가 남지 않도록 규정에 따라 관리하라”면서 “집회 시위 관리만 하고 아니면 조용히 계시면 된다”고 했다.

그는 이튿날 오전에도 “압수수색·감찰·언론취재 대비 규정에 안맞는 문서를 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보안관리 점검”이라며 보고서 삭제를 재차 종용했다.

비슷한 시각 김 전 과장은 경찰청 특별감찰반으로부터 보고서 제출을 요청받자 서울청 지휘부에 지침을 물었다. 박 경무관은 김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이해를 안 하고 있냐. 지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라”며 삭제를 다시금 지시했다.

김 전 과장은 압수수색 3시간 전인 11월 1일 오전 11시 45분 보고서 삭제를 위해 외근 중인 정보관을 복귀시켰다. 보고서 삭제 지시는 같은 날 오후 2시 40분 압수수색에 착수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관이 압수물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압수수색을 중단한 사이에도 계속됐다.

용산서 A정보관이 작성해 서울청에 보고한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는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일대에 인파 운집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고 경찰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골목에 많은 인파가 몰려 각종 위험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애초 용산서가 핼러윈에 대비하기 위한 서울청 차원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서울청 정보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해제 이후 첫 핼러윈에 많은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10월 6일 일선 경찰서에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10월 14일에는 보고서를 취합해 김광호(59) 서울청장에도 보고했다.

김 청장이 10월 17일과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서울청 정보부에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아무런 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지난달 30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전 과장 지시로 문제의 보고서를 직접 삭제한 용산서 정보과 곽모 경위는 증거인멸과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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