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선택이 내 삶 만들어…가고 싶은 길 가야 후회 없다”
“결혼·출산, 배우로서 엄청난 경험
성숙한 마음가짐·연기에 큰 도움
무대 후 ‘변함없다’ 말에 위안 얻어
오래 행복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꿈”
커리어 쌓는 ‘베스’·가정 택한 ‘리즈’
선택에 따라 다른 두 인생 보여주는
한국 초연 ‘이프 덴’ 2월 26일까지
이후 뮤지컬 ‘위키드’의 마녀 글린다와 ‘아이다’의 공주 암네리스 등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을 앞세워 대형 작품들의 주연을 맡으며 ‘뮤지컬 디바’로 정상에 우뚝 섰다.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경력 단절을 걱정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여자 후배들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떤 선택이든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게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복귀 무대로 낙점한 ‘이프 덴’도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에 돌아온 엘리자베스가 선택에 따라 각각 ‘리즈’와 ‘베스’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결혼에 육아까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리즈’와 뉴욕 도시계획부서에서 일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베스’의 삶이 교차된다.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이 작품은 놓칠 수 없었어요. 정선아 인생에 딱 맞는 작품이었죠. 첫 공연이 끝나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오랜만의 복귀라 사실 두려움이 있었는데, 관객들이 생각보다 더 뜨겁게 반응해 줬어요. 20년간 꾸준히 뮤지컬 한길을 걸어온 데 대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빠른 극 전개와 엄청난 대사량에 연습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고 주인공과 나이도 비슷해 보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혼이나 출산 전에 이 작품을 만났다면 이렇게 세심하게 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정선아 개인에 대한 칭찬보다 작품에 공감하며 위로받았다는 관객들 반응에 더 감사해요.”
멋모르던 어린 시절엔 자신감이 넘쳐 ‘박수 칠 때 떠나겠다’고 다짐했다던 그는 “지금은 누구보다 오래 행복하게 무대에 오르는 배우, 관객과 동료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 경험이 가치관 등 본인 인생에 큰 변화를 줬다면서. “그 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자만심도 컸는데,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나를 사랑해준 분들 덕분이란 감사함이 들었고, 그 사랑을 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임신 중에 목소리로 재능기부를 하고, 데뷔 20주년이던 지난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콘서트를 연 것도 같은 이유다.
정선아는 “극 중 노래 ‘결국 다시 시작(ALWAYS STARTING OVER)’처럼 1분 1초 무수한 나의 선택이 내 인생을 만드는 것 같다”며 “(작품 메시지처럼) 선택에 따라 실망과 좌절의 순간도 있겠지만 굴복하지 않고 묵묵히 선택한 길을 가겠다”고 했다. 공연은 다음달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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