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진술서 6장 낸 뒤 “더 묻지 마라”... 법조계 “진술 거부”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상당수 질문에 “미리 준비해온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면서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별도의 티타임 없이 곧바로 조사에 임했다고 한다. 검찰이 본격적인 조사 시작 전 성남지청장과 차담을 나눌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이 대표는 “바로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 시작과 함께 조사를 담당하는 유민종 형사3부장에게 A4 용지 6장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여기엔 두산건설 등 기업이 성남FC에 지급한 돈은 불법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고, 당시 성남시 행정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이 대표 측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도 비슷한 의견을 요약한 A4용지 4장 분량의 문서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대표는 이후 이어진 검찰 질문 상당수에 “진술서로 입장을 갈음하겠다” “이외에는 의견을 묻지 마라”는 취지로 답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상당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 동행한 한 민주당 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가 미리 입장을 준비해온 만큼, 조사가 당초 예상보다 일찍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진술을 거부한다는 한 언론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바탕으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가 향후 있을 재판에 대비해 검찰에서는 자신의 방어 전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과 함께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과거 경찰 조사에서 비슷한 전술을 구사한 적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씨도 지난 8월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경찰 조사에 서면 진술서를 지참한 적 있다. 당시 김씨가 진술서를 바탕으로 답변을 짧게 이어나가면서, 조사는 5시간 만에 끝났다.
한편 이 대표는 오후 7시 기준 8시간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점심 식사도 인근 식당에서 설렁탕을 배달시켜 내부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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