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일흔아홉 한지붕 아래 삽니다…서울시 ‘한지붕 세대공감’ 화제
코로나로 꺾인 수요 회복세 보여
노인 외로움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
경희대학교와 한국어대학교 인근의 원룸촌 사이에 있는 아파트. 10일 기자는 이곳에서 서울시의 ‘한지붕 세대공감’ 프로그램을 통해 룸쉐어를 하는 어르신 최의광씨(79)와 박동현 학생(25)을 만났다. 집을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베토벤의 클래식 연주. 동현 학생은 “어르신이 음악을 좋아하셔서 자주 틀어놓으시곤 한다”고 설명했다. 둘은 같이 산 지 언 1년이 다 돼간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서울시가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시행했던 주거 정책이다. 60세 이상 어르신 집에 방이 남으면 해당 지역 대학생이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자치구마다 다르지만 이곳의 월세는 30만원 대로 부담이 덜하다. 경희대 성악과 2학년에 재학중인 동현 씨는 입학 당시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되는 기숙사 배정에서 떨어졌다. 그는 “이 주변 방은 괜찮다 싶으면 월세가 70만원을 넘어간다”며 “월세를 감당하고 나면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최 씨는 “자녀 셋을 모두 출가시키고 나서 허전했던 참”이라며 방을 내어줄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간 세대 차이에 따른 문제는 찾을 수 없었다. 서로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처음부터 나한테 구애받지 말라고 했다”며 “늦게 들어와도 되지만 연락만 해달라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동현 학생은 여자친구가 싸 준 반찬을 어르신께 나눠드리기도 한다. 최 씨는 곧 있을 동현 학생의 공연에 가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은 81%에 달했다. 그러나 직접 부대끼고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위축됐던 ‘한지붕 세대공감’은 올해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집계를 보면 2018년에 251건, 2019년에 226건, 2020년에 122건, 2021년 28건, 2022년 66건의 매칭이 이뤄졌다. 코로나19가 2019년 말에 터지자 2020년부터 매칭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셈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학교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면서 매칭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대면 수업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맹인지 서울 동대문구 한지붕세대공감 담당자는 “요즘 들어 대학생들의 수요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월세 값이 크게 오른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서울 신림동이나 신촌 일대 대학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올들어 원룸 월 임차료는 전년 대비 5만~10만원 올랐다. 이문동 지역 공인중개사도 “원룸 월세가 작년에 비해 10만원 정도 오르고, 관리비도 6만~7만원 올랐다”고 말했다.
비싼 방값에 대학생들은 주거 수준이 떨어지는 원룸을 찾기도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월 발표한 ‘2021년 주거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살고 있는 청년 비율은 7.9%였다. 최저주거기준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1인 면적14㎡(약 4.2평) 이상과 화장실과 부엌시설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
청년 주거가 열악한 상황에서 어르신과 학생의 쉐어하우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선택이다. 청년의 주거 비용 절감과 노인의 고독함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주변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아 룸쉐어를 추천하고 싶다”며 “지금 나는 새로운 아들이 생긴셈”이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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