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망상·뿌리 깊은 음모론… 브라질 대선불복 폭동 불러”

정지혜 2023. 1. 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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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의회·대법원·대통령궁 등에 난입한 1·8 사태의 바탕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음모론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이 부정 선거 주장을 확산하고 대규모 시위를 조직한 주요 도구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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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언론·전문가 분석
대선패배 보우소나루 지지 극우세력
부정선거 주장 SNS 통해 급속 확산
게시물 차단 막기위해 단어 변형 사용
사흘간 버스 100대로 시위대 실어 날라
美 ‘1·6사태’ 연루 계정들도 일조 추정

브라질에서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의회·대법원·대통령궁 등에 난입한 1·8 사태의 바탕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음모론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이 부정 선거 주장을 확산하고 대규모 시위를 조직한 주요 도구였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민주주의 회복 촉구 행진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 거리에서 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전날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수도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입법·사법·행정 3부 청사에 난입한 데 대한 맞불 시위 성격이다.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등 3부 수장은 성명에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테러, 기물 파손, 쿠데타 등 각종 범죄 행위에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며 “조국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포르투알레그리=로이터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폭동 전 며칠 동안 틱톡과 유튜브에서 대선이 불법적으로 치러졌다는 주장이 급속도로 재유포됐다. 또한 브라질 국립과학기술연구소(INCT) 디지털 민주주의 부문 연구원인 니나 산투스는 폭도들이 왓츠앱·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처음 조직되기 시작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보다 개방적인 SNS로 세를 불려갔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게시물이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제가 될 만한 단어를 변형하는 규칙도 만들었다. 브라질 퇴역 군인이 시위 구호로 사용하는 단어 정글(selva)을 변형해 파티(festa)와 결합한 표어를 만들고,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셀마의 파티’(festa da selma)에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뿌리는 식이었다. ‘셀마의 파티’ 언급은 폭동 당일에 가까워지며 브라질 남동부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투스는 “SNS 플랫폼에 이런 일을 막기 위한 규칙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치된 SNS 환경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빠르게 퍼뜨렸다는 설명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의회에 난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는 이번 대규모 공격의 원인을 “집단 망상(mass delusion)”이라고 표현하며 “과거 남미에서의 폭동 시도와 달리 이번에는 뿌리 깊은 음모론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짚었다. 미국 포린폴리시는 폭동이 “보우소나루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보우소나리즘’의 힘을 보여준다”고 분석하며 극우 세력이 얼마나 연결돼 있고, 동원 가능한 상태인지 증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SNS를 무기로 삼는 만큼 이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협력한다. 이번 폭동 과정에 미국 마이애미 일부 계정이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곳은 앞서 미국에서 일어난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의 본거지다.

일부 극우 인플루언서가 시위 참가자의 이동, 식음료와 필요 물품 보급을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브라질리아 헌병대는 지난 6일부터 폭동 당일까지 사흘간 버스 100대가 시위대 본부로 약 4000명의 참가자를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했다. 영국 BBC는 이 중 1500명 가까이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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