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 명화 감상… 뜨개질·수다… “하루가 금방 가요” [밀착취재]
점자·안마 교육에 각종 취미 교실
은퇴한 중장년 사랑방 역할 ‘톡톡’
“까슬한 잔디, 부드러운 흰 천, 튀어나온 이삭…”
박씨가 처음 방문한 시각장애인 쉼터는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약 48평 규모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과 노래교실 등이 있다. 강남구는 쉼터에서 음성스마트폰 사용법, 점자 교육 등 기초 재활교육을 비롯해 안마·지압 직무능력 향상 교육, 노래교실 등 여가문화 지원, 다양한 취미활동을 함께하는 자조모임 활성화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촉각으로 만날 수 있는 미술 전시회도 상시 운영한다. 현재 강남구 내 시각장애인은 1500여명으로, 전체 등록장애인 1만 5000여명 중 10%를 차지한다.
취재진이 쉼터를 찾은 이날 오전 시각장애인 10여명은 중앙의 큰 탁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뜨개질을 배우고 있었다. 이들은 “날이 추운데 목도리를 만들어 보자”라며 천천히 바늘을 움직였다.
쉼터를 찾은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중장년층이다. 강남구 내 시각장애인 1500여명 중 1000명 이상이 60대를 넘길 정도로 고령인 경우가 많다. 젊을 때는 안마 등 경제 활동을 했지만,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잃고 취미 활동에도 제약을 얻는 경우가 대다수다. 쉼터에 나온 장애인들은 이런 시설이 마련된 것을 반겼다. 그간 복지관 등 시설을 전전하며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 등 환경이 부족했다.
한 땀 한 땀 뜨개질에 열중하던 시각장애인 임모(65)씨도 마찬가지다. 뜨개질을 취미로 하며 시각장애인들과 자조 모임을 하는 그는 그간 여러 복지관을 떠돌며 모임을 이어오다 이날부터 쉼터를 찾았다. 임씨는 “매주 자조 모임을 하는데, 여러 복지관의 공간을 예약하며 돌아다녀야 했다. 마땅한 곳이 없을 때는 지하철의 지하 공간에서 모일 정도”라면서 “지역 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생겨서 너무 좋다. 날씨도 쌀쌀한데 떠돌아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 조성에 힘쓰는건 강남구뿐만이 아니다. 송파구도 장지동 장지근린공원에 지체장애인을 위한 쉼터를 지난달 28일 개소했다. 쉼터는 카페와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지체장애인을 위한 자조모임 공간과 정보·여가 프로그램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파구 내에는 지체장애인 약 8300명이 있다. 강동구도 지난달 암사동에 지체장애인 쉼터를 만들었다. 쉼터 내부는 휠체어 이용에 편리하도록 구조에도 신경을 썼으며, 전동휠체어 작동·안전 교육과 개인별 맞춤 운동 교육도 이뤄진다. 강동구는 지난 2019년 강동구수어통역센터 내 농아인 쉼터 개소를 시작으로, 지난해 1월엔 시각장애인 전용 쉼터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동명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들의 지역 정착을 위해 관련 시설 확대해야 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교육∙문화∙스포츠 시설 등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사진=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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