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공청회..."유족 피해 추적조사 필요"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10일 응급의료·재난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들었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재난주무부처와 재난안전 비서관제 등 재난 안전 상황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재난 현장에서 응급의학 전문의의 권한을 확대하고 참사 사후대응 과정에서 유가족·피해 커뮤니티의 참여 실질화와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제언이 나왔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며 "타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할지, 재난안전법을 전면 개정할지, 일부 개정할지 (살펴야 한다.) 일부 개정의 경우 시간을 갖더라도 전문가들과 장시간 토론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이나 행정안전부의 재난관리 인식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정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를 중대본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으로 (대통령실) 역할을 부정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통령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전 행정관은 또한 "이번에도 봤듯이 소방, 경찰, 지자체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안부·중대본에서 대응하기도 한국의 관료문화, 조직문화 속에선 쉽지 않다"며 "대통령실 재난관리업무 전담 비서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방기관의 현장 권한에 대해 "현재 체계는 현장응급의료소장을 보건소장이 맡는데 재난응급의료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의사 한 명이 가서 한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재난응급의료에 대한 (소방기관 구급지도의사의) 소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도 우리 소방이 일부는 했지만, 전문응급처치를 (더 많이) 했어야 했다"며 "임상적 사망 단계를 넘어선 환자는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는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 권위와 판단에 따라 하게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닥터카 탑승을 지적하 듯 "자기 집 근처로 차량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출동 지연을 초래하고,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DMAT에 사전 편성돼 있지 않다면 스스로 가서 자원봉사의 형태로 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의 응급의료 직접 통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보건복지부에 신설된 재난의료과와 관련 "의사 인력을 모두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는 없는 만큼 관리·운영책임은 정부가 져야 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추천 더불어민주당은 인도주의의학·재난학 전문가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유족 측의 국정조사 과정 불참을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차 교수는 "국내외 재난현장과 대응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이런 국정조사 혹은 관련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 유가족 혹은 피해자,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피상적이거나 지식에 기반한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책임 소재 문제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재난이 발생하게 될 위험 요인에 집중하기보다는 대응 자체와 발생 후에 어떻게 대응했어야 되나 이런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다"며 "이벤트 기반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재난 발생을 예측하고 대응체계를 예방 중심으로 결정하는 부분"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미국은 9·11 이후 건강영향평가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예산을 수십년간 확보해서 피해 입은 분들의 건강 문제, 경제적 피해,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 양상이 나타나는 것들이 어떻게 이 분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 조사하고 있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피해자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의 회복과 정책 참여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우리가 재난에 대해서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당사자"라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전문가 공청회에서 "여야 간사간 합의로 목요일 오후 2시에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상인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개최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합의를 진행해왔다.
우 위원장은 "아마 그게 마지막, 보고서 채택 전 마지막 공개 행사가 된 것 같다"며 "만반의 준비를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야간 증인 채택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유가족 참여'와 '추가 청문회 불필요'가 여야간에 절충된 것으로 보인다.
이만희 의원은 공지를 통해 "3차 청문회는 공청회 방식으로 한다"며 "유족 8분, 생존자 2분, 상인 2분이 참석하고 발언시간은 각 7분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원들의 질의는 참석자 발언을 마치고 5분의 범위내 발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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