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틀린 이름에 60년 후 사망 해병까지 “완전 엉망진창” [美 ‘한국戰 추모의 벽’ 오류투성이]
프레더릭 볼드 이글 베어→이글 B F 볼드
뒤죽박죽 알파벳으로 누군지 잘 몰라
전쟁과 무관하게 숨진 245명까지 포함
1950년대 명단 입력 때부터 부실 관리
그간 수차례 경고에도 바로잡지 않아
한·미 국방부 허술한 행정 비난 목소리
美 참전용사들 중심 재건립 요구 나와
6·25전쟁 도중 전사한 프레더릭 볼드 이글 베어(Frederick Bald Eagle Bear) 상병은 추모의 벽에 쓰인 이름이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뒤죽박죽이다. 다른 조종사를 구하려다 격추돼 사망한 헬리콥터 조종사 존 코엘시는 이름 알파벳이 틀리게 기록됐다.
바커 형제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추모의 벽에 잘못 새겨진 철자 오류만 1015건이다.
또 야간 임무 도중 추락해 사망한 폭격기 조종사 월더 매코드의 이름을 포함해 약 500명의 전사자 명단이 추모의 벽에 누락됐다. 더 황당한 것은 하와이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남성 등을 포함해 전쟁과 전혀 무관한 상황에서 숨진 군인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 벽에 포함됐고, 이들 중에는 6·25전쟁 이후 손자를 8명이나 두고 60년 뒤 사망한 해병의 이름도 있다.
준공식 참석한 한·미 고위 인사 지난해 7월28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기념공원 ‘추모의 벽’ 준공식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 네 번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첫 번째) 등 한·미 양국 인사들이 전사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다만 바커 형제가 국방부와 관련 기관에 수차례에 걸쳐 명단 오류를 보고하고, 추모의 벽 재단 건립을 추진한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에 여러 차례에 걸쳐 명단 오류 가능성을 경고한 사실을 고려하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명단 확인 작업 등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특히 할 바커가 본지에 보내온 고(故)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의 이메일 사본을 보면 KWVMF 역시 전사자 명단 오류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버 대령은 2014년 5월6일 할 바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전사자 명단이 미국전쟁기념비위원회(ABMC)의 명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당신들은 인정받고 기려져야 한다”고 썼다.
추모의 벽은 1995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 설립됐지만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와 달리 전사자 이름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건립 사업이 추진됐다.
수천건에 달하는 오류를 모두 수정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류를 바로잡아 추모의 벽을 다시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도 미국 참전용사 사이에서 나온다고 한다.
NYT는 추모의 벽 맞은편에 있는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 역시 수년간의 논쟁을 거쳐 380명 이상의 이름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추모의 벽에 새겨진 미군 전사자 명단은 미 국방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카투사 명단은 한국 국방부(육군본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각인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사자 명비(名碑)에 한 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되며 철저한 검증 작업을 거쳐 신속히 확인하고 오류가 있다면 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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