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효율` 때문에 돌아오라는데… 재택 익숙해진 직원은 "싫어요"

팽동현 2023. 1. 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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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형태 일괄적 통보에 반감 ↑
취업·이직 선택 중요변수 떠올라
창업부터 사무실 아예 없앤 기업도

새해 들어 주요 IT 기업이 재택근무 비중을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재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100% 사무실 근무방식으로의 회귀는 아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는 식으로 사무실 근무 비중을 높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워크 프롬 애니웨어(WFA)'를 2.0 체제로 전환, 내달 1일부터 재택근무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3사 중 근무체계에서 가장 유연성을 꾀했던 만큼 엔데믹에 따른 근무방식 전환도 가장 빠른 모습이다. 카카오도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되, 조직별로 특성에 따라 원격근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한달 빠른 2월부터 이 제도를 운영한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돌아오라고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생산성이다. 대표적으로 게임업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작 출시 일정이 줄줄이 지연됐다. 재택근무 등으로 기존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팀 단위의 연구와 개발, 임상시험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주요 게임기업들은 작년 중반부터 사무실 출근을 재개했다.

반면 상당수 기업은 업종이나 업무의 특성에 맞춰 유연근무 체계를 제도화해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는 직원들이 6개월마다 전면 재택근무나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직원 자율에 맡긴 '커넥티드 워크'의 일환이다. 삼성SDS와 LG CNS, SK C&C는 유연근무·자율출퇴근 등 현행 체계를 유지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주 2회 재택근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작년 11월 경기 분당에 거점오피스를 열기도 했다. MS(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유연근무를 이어왔다. MS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사무실 출근이 중심, 코로나 상황에는 재택근무가 중심이었을 뿐 유연한 근무체계를 운영했다. 현재는 출근과 재택근무를 절반씩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체계다. 델은 생산시설, 물류시설 등 특정 장소에서만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다만 사무실 출근을 전면 금지하던 것에서 필요시 허용하는 것으로 바꿨다. 오라클은 고객지원, 영업 등은 외근을 기본으로 하고 대부분은 부서장 판단에 따라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고 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사무실을 줄여 비용부담을 낮추는 곳들도 있다. 미국 CRM(고객관계관리)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는 최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사무실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등 창업 단계부터 아예 사무실 없는 기업을 표방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이같이 기업별로 근무형태가 다변화되면서 직장인들이 취업이나 이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근무형태가 중요한 선택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인들은 회사 차원에서 일괄적인 근무형태 변화를 선전포고 식으로 발표하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날수록 기업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이안 굿펠로우 전 애플 임원이 재택근무를 줄이고 주3회 출근으로 근무체계를 변경한 애플의 결정에 반발해 사직서를 던지고 구글의 AI 계열사인 딥마인드로 이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연근무를 반기는 직원들의 이 같은 정서는 기업들이 100% 사무실 근무를 쉽게 선언하지 못 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6월 성인남녀 4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3.1%가 입사 기업 선택 기준에 재택근무가 포함된다고 답했다. 글로벌 경험관리(MX) 기업 퀄트릭스가 지난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18세 이상 한국 정규직 근로자 1031명 중 18%는 회사가 풀타임 사무실 복귀를 요구할 경우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에선 이 비중이 33%에 달한다.

실제로 최근 재택근무 축소를 발표한 한 기업에서는 사내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공지했다며 직원들이 익명방 등에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찬성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유연한 근무방식에 끌려 입사한 개발자들도 있고, 재택근무의 이점을 살려 육아에 좀더 신경 쓰려 삶과 업무의 방식을 바꾼 직원들도 있다"면서 "설 연휴 기간을 감안하면 지금 통보하고 2월 시행하는 것은 이들이 환경에 적응하거나 방식을 바꾸기에 촉박하다"고 말했다.

모여서 일하면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상당수 직원들은 의견을 달리한다. 경총이 매출 100대 기업(66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업무 생산성은 정상근무 대비 80~89%에 불과하다고 응답한 곳이 30.6%로 가장 많았다. 반면, 이에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이 30인 이상 기업 620곳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관련 실태조사한 결과에선 생산성에 대해 53.6%가 차이가 없다고, 18.7%가 향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산업과 업무의 특성에 따라 일괄적인 분석이 힘든 게 현실이다.

정태현 한양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재택근무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 효과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반면 새로운 것을 창출해야 하는 지식 집약적인 산업에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 있는 만큼 재택근무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 "어느 한가지 근무형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적절한 방향으로 회사가 이끌고, 직원들도 이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미래지향적"이라고 설명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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