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택 그만!"… 출근 재촉하는 기업들

SKT·카카오 내달 사무실 출근제 시행
디즈니·테슬라 등 해외기업도 재택 줄여
경제 위기에 협업·돌발 변수 대응 초점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다시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르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에 앞장섰던 IT업계가 그 비중을 대폭 줄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업무 분위기를 다잡고 외부 변수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내달부터 사무실 출근제를 시행한다. 재택근무도 병행하지만 그 비중은 대폭 낮아졌다. 주요 근무위치가 집이나 외부에서 사무실로 바뀐다.

SK텔레콤은 '워크프롬애니웨어(WFA) 2.0' 체제로 전환, 그동안 제한 없이 하던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회사는 사내 공지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구성원의 역량 결집을 통해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저질환, 임신 등으로 감염에 취약한 직원은 조직장 승인을 거쳐 재택근무 횟수를 조정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음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100% 재택근무가 가능했으나, 주 1회만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앞서 모회사인 카카오와 또 다른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도 유사한 형태의 근무제 전환을 확정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직원·조직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 효율성 향상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재택을 병행하는 형태의 근무 체제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계는 지난해 6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재개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신작 출시 일정에 차질을 빚자 내린 결정이다. 반면 플랫폼·게임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적었던 주요 IT서비스 기업은 큰 변화가 없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은 자율출근제, 유연근무, 팀 차원의 자율 결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고객사 현장에서 IT 구축·운영 업무를 하는 구성원 비중이 높다 보니 코로나 유행 시기에도 전면 재택근무는 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도 재택근무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MS(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 주요 SW(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여전히 유연근무를 시행하지만 디즈니, 테슬라, 트위터 등은 사무실 출근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에 이어 디즈니도 최근 복귀한 CEO가 직접 사무실 출근을 독려한 점이 눈에 띈다. 창작 과정에서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재택과 근무실 근무를 겸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올 3월부터 일주일에 나흘을 사무실에서 일할 것을 지시했다. 아이거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난 몇 달 동안 회사 전체 팀을 만나면서 함께 하는 것의 엄청난 가치를 떠올리게 됐다"며 "창의성이 핵심인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해 협업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침체로 투자한파를 맞은 스타트업들도 사무실 출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분위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라도 업종과 업무에 따라 근무형태가 다르다"면서 "이젠 협업에 좀 더 초점을 맞출 때"라고 말했다.

팽동현·김나인·윤선영기자 dhp@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