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트로트 오디션이 다시 떴다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방송가에 트로트 오디션 열풍이 불었었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해 일각에선 식상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짧은 기간에 다수의 오디션이 진행됐기 때문에 현 세대의 실력자는 이미 다 나왔을 거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래서 새롭게 트로트 오디션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된 트로트 오디션은 방송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2'는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MBN '불타는 트롯맨'은 12%를 넘어섰다. 아직 초반이다. 뒤로 갈수록 시청률이 오르는 오디션의 특성상 이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도 두 오디션이 정확히 같은 주에 시작되면서 시청자의 관심이 분산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채널이 많아지고 OTT까지 대두하면서 콘텐츠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시대다. 기성 TV 시청률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트 오디션 두 편이 동시에 시작돼 관심까지 분산시켰으니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그런데도 각각 20%, 12%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온 것이다. '미스터트롯' 시리즈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여타 방송사들의 트로트 오디션에는 이런 정도의 반응이 없었는데 '미스터트롯2'가 시작되자마자 터졌다.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터트롯1'의 제작진이 독립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미스터트롯'과 연결됐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미스터트롯'의 깃발이 다시 서자 시청자가 호응한 모양새다.
'미스터트롯'은 문화사적인 차원에서의 일대 사건이었다. '미스트롯' 직전에 트로트는 변방으로 밀려난 장르였다. 주요 프로그램에 트로트 스타가 출연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특히 트렌디한 음악프로그램에선 트로트 가수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음악시장 자체가 젊은 세대의 취향이 독주하는 분위기였다. 음원시장, 음반시장, 아이돌차트 등 각종 순위, 시상식 등 음악시장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의 가수 특히 아이돌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중장년층은 철저히 소외됐고 그래서 음악시장은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미스트롯'이 시작돼 중장년층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그때를 기점으로 중장년층이 음악시장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는데 '미스터트롯'이 결정타였다. 이 프로그램은 톱7이라는 거대한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각종 차트, 프로그램, 시상식 등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가요계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중장년층 팬덤은 이제 아이돌 팬덤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이들의 화력에 의해 우리 가요계가 비로소 다변화되고 있다. 아이돌 독식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스터트롯'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음악의 지평도 넓혔다. 제목으로 내건 것은 트로트였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은 성인가요였다. 성인들이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을 만한 그런 느낌의 다양한 장르들이 나왔다. 트로트는 그중의 하나였다. '미스터트롯' 이후 트로트라는 한계를 벗어난 성인가요들이 전성기를 맞이했고 그 중심에 희대의 슈퍼스타 임영웅이 있다.
이러한 문화사적 격변을 일으켰기 때문에 '미스터트롯2'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트로트 오디션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원조의 가치가 높아졌다. 시청자들은 '미스터트롯' 시리즈가 궁극의 스타 등용문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더욱 이 프로그램에 몰입했다. '미스터트롯1' 제작진이 만든 '불타는 트롯맨'과의 경쟁도 현재까지는 시청자의 관심을 더욱 높이는 쪽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스타다. 대형 스타가 터져야 신드롬이 한 차원 더 격상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두 프로그램의 경쟁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팬심 분산으로 어느 쪽도 대형스타를 탄생시키기가 힘들어졌다. 두 프로그램이 같은 주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방영 요일은 다르다. 직접적으로 시청층을 양분하진 않았다. 그래서 시청률 면에선 윈윈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는 다르다. 대형스타가 나타나려면 반드시 팬심이 한 점으로 집중돼야 한다. 이미 '미스터트롯' 톱7이 성인음악 시장에서 확고한 지분을 가져간 마당에, 새 오디션마저 두 갈래로 갈린다면 규모가 큰 팬심의 집중이 어려워진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과연 또 다른 대스타가 탄생할까? 이 부분이 관전 포인트다. 그런 스타 탄생 여부와 별개로 올 겨울 이 오디션들이 우리 국민의 낙이 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치솟는 불길 속 테슬라 창문 깨고…운전자 구해낸 시민들
- 폐지수집 할머니 도운 `영등포역 병사`, 사단장표창 받는다
- "부끄럼 금물"…지하철역서 단체로 바지 벗은 이들의 정체
- `아픈 자동차` 고쳐주겠다던 6살 천사, 4명에 새생명 주고 떠났다
- 군대 안갈 수 있다면…혈압 높이고·피부 두드러기 만들고 `병역비리 진화`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