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국힘, 다된 밥 코 빠뜨린 20대 총선 잊었나

2023. 1. 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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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나경원 전 의원이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임했다. 나 전 부위원장은 밖에 알려진 것보다 위원회 일에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대출원금 탕감이라는 헝가리식 출산촉진책까지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출산 격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280조원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쳐 0.81에 그쳤다.

그의 제안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도 아니다. 필자는 작년 11월 나 부위원장을 인터뷰했는데, 그 자리에서 헝가리식을 소개했다.(본보 2022년 11월 18일자 5면) 파격적이라서 정책에 반영이 되겠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당시 나 부위원장은 내부 조율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정책이 만사휴의였다"며 엊그제 한 그 말을 했다. 결국 출산율은 문화를 고쳐나가는 것과 함께 '돈을 쏟아붓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헝가리는 물론 프랑스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이번 해프닝에서 출산대책에 대한 이견은 핑계일 뿐이다. 하필 국가 중대사인 출산정책이 핑곗거리가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되는 걸 윤석열 대통령이 원치 않는 것이 진짜 이유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기주장이나 색깔이 강하지 않는 대표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준석 학습효과 때문이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점찍었다는 게 그래서 정설이다. 하지만 '나경원 사태'는 자칫 역풍이 될 수도 있다. 재작년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었던 것처럼, 만약 나 전 의원이 비난을 무릅쓰고 대표 경선에 출마하고 당선된다면 당정 관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윤 정권의 지상과제는 2024년 총선(4·10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엊그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 실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가 낸 법안 110개 중 95개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소야대에서 민주당이 비토하면 어떤 법도 개정하지 못한다.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은 출발도 할 수 없다. 22대 총선에서 승리만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개혁 작업을 할 수 있고 완수할 수 있는 절대적 전제조건이다. 그로 인한 성과는 극소수 기득권 저항세력 외에 전 국민이 나눠 갖게 된다. 그렇다면 국힘의 승리는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힘은 총선 승리에 일치단결해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힘 주류는 당대표 경선을 놓고 속으로 '누구는 안 되고 누구는 된다'는 식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이는 분란의 씨앗을 만든다. 총화단결 총선을 치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씨앗이 2020년 16대 총선에서 뿌려진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대승이 예상됐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패배했다.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10석 대 105석으로 밀렸고, 비례대표를 합쳐 123석 대 122석이 됐다. 그러잖아도 당정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후 국정동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총선 패배의 최대 원인은 이른바 '도장런'이다. 김무성 대표가 공천 문제로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 유승민 의원을 공천하려다 '박심'과 충돌하자 일으킨 사건이다. 유권자는 당초 200석까지 예상됐던 새누리당을 심판했다.

김무성과 유승민이 꿍짝이 잘 맞았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들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 스크럼을 짜고 공동전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도장런 있기 1년 전 2015년 5월 유승민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선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법인세 증세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좌파적 의제를 내세웠다. 유승민은 시행령을 국회가 심사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는 데도 동의하며 역린을 범했다.

윤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실패이고 불행이다. 윤 대통령은 정정당당하게 나 전 의원도 참여하는 경선에서 선출된 대표와 국정을 함께한다는 담대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나 전 의원 당선이 보장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당원들이 윤심에 따라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짜놓은 판 위나 판을 짜놓아야만 안심하는 '검사스러움'에서 이젠 어떤 판에서도 해보겠다는 '정치인다움'으로 변해야 한다. 신림동 고시촌 커피숍에서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이 자주 커피를 마셨다는데,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심중을 잘 헤아리고 윤 대통령은 끌어안아야 한다. 대통령이란 품은 그만큼 드넓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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