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감의 부질없는 학력 하향 논란
[한겨레 프리즘]
[전국 프리즘] 김광수
전국부 선임기자
“올해는 ‘인성 기반 학력신장’의 원년이 될 것입니다.”
지난 4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뒤 ‘5대 영역 20대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과제는 ‘학력신장 시스템 확립’이다. 지난해 7월 취임 뒤 공을 들여 출범시킨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개별 맞춤형 보정 학습을 다양하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 교육감의 학력 지상주의는 지난해 6월 부산시교육감 출마 때부터 예고됐다. 그는 텔레비전 토론 등에서 “진보 교육감이 이끌던 지난 8년 동안 부산의 교육 수준은 눈에 띄게 후퇴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런 하 교육감의 후보 시절 행보는 취임 뒤 부산의 학력 수준 상향 대책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의무화다. 교육부는 해마다 9월 전국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생의 3%를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는데, 지난해 7월 전국 시·도교육청에 참여를 원하는 학교만 응시하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부산시교육청은 다음달 10일 “모든 학교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반드시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 교육감의 학력신장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조처로 사실상 ‘강제 자율평가’였다.
전국 유일의 강제 학업성취도 평가는 갈등을 불러왔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하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해 10월 고발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하 교육감의 새해 기자회견이 열린 날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청소년 320명이 서명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강제 시행 반대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하 교육감 주장대로 부산의 학력 수준이 진보 교육감이 이끌던 지난 8년 동안 떨어진 게 사실일까? 이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자료는 없다. 과거에는 특정 대학 합격자 수를 지역별로 비교하는 자료가 그럴듯한 근거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해당 대학이 지역별 합격자 수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다. 내신성적·학교생활기록부·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수시모집 합격자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로 당락을 가르는 정시모집 합격자 가운데 누가 우수한지도 모호하다. 김현구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장은 “대학 입시 방법이 다양하고 대학 간판보다는 취업과 적성에 맞는 곳을 찾아가려는 수험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시·도 간 학력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나마 수능 점수가 지금으로선 시·도 간 학력 격차를 검증해 볼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교육부 교육과정평가원이 누리집에 해마다 공개하고 있는 수능 점수 분석 자료를 통해 부산과 다른 시·도 간 비교가 가능하다. 보수 성향의 임혜경 교육감이 취임한 2010학년도와 진보 성향의 김석준 교육감이 취임한 2014년학년도, 보수 성향의 하 교육감이 취임한 2022학년도를 비교해 보니 부산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큰 변화가 없다. 상위 11%에 해당하는 국어·수학 1~2등급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7위를 오르내렸다. 2018학년도부터 90점 이상만 넘으면 1등급을 부여하는 절대평가로 전환한 영어는 2022학년도의 경우 1등급 비율이 6위였다.
2010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13년 동안 치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만 보면 부산의 학력 순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1~2등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건 맞다. 국어는 2010학년도엔 13%였으나 2014학년도엔 11%대로 떨어졌고 2022학년도엔 7.4%로 낮아졌다. 수학은 2010학년도 수리 가는 10.5%, 2014학년도 수학 A는 9.2%, 2022학년도는 7.4%였다. 이런 현상은 대구·대전 등을 빼면 전국 시·도가 비슷하다. 수도권, 특히 서울의 상위권 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해결 방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교육 불균형 해소다. “(자율평가 의무화보다) 교육 불평등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부산지부의 외침에 하 교육감이 귀 기울이기 바란다.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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