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vs "인격모독"…여의도 '내로남불' 풍자극?

조익신 기자 2023. 1. 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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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사무처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그림들을 의원회관에서 강제 철거했죠. 어제(9일) 저희가 속보로도 짚었던 내용입니다. 해당 전시회를 주관했던 의원들과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인격 모독이다, 공방을 펼쳤는데요.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지만, 과거에서도 몇 차례 비슷한 논쟁이 있었죠. 그래서 정치권이 '내로남불' 풍자극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오고 있는데, 관련 내용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될 뻔했던 작품들입니다. 국회 사무처가 어제 새벽 기습 철거를 했죠? 개인이나 단체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혹은 공동체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에 공간을 내줘서는 안 된다, 의원회관 사용 내규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작가들은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고경일/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조직위원장 (어제) : 왜 남의 작품을 가지고 남의 재산권을 가지고 당신들이 안 돌려주고 무슨 권리로, 그러면 반성을 하든 사과가 먼저 아닙니까?]

결국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전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민형배/무소속 의원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강제철거를 당했기 때문에 더 이상 여기서 전시회를 하겠다고 하지 않겠다. 우리를 거부했고 부정했기 때문에, 이런 무단철거가 이루어져 있는 이런 야만적인 상황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그러면 국회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 이렇게 결정을 하셨답니다.]

국민의힘은 해당 작품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인신 모독했다고 강하게 날을 세웠죠.

[박정하/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어제) : 정치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 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입니다.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합니다.]

장소를 마련해 준 의원들, 민주당 처럼회 출신들이 대부분이라며 저의를 의심했는데요.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나체 사진에 칼을 들고 있다, 이건 증오와 저주의 그림입니다. 모욕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고 그 자체가 그렇고, 또 이 주최한, 주관한 게 아마 '처럼회'죠. '처럼회'의 의원들이 대부분 참여를 하셨던데 이분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적개심을 보여주셨던 모임 아닙니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징계까지 요구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본인들은 예술작품이고, 표현의 자유라고 이야기합니다만 국민 누가 보더라도 저질스러운 정치 포스터이고, 인격모독과 비방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 12명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윤리심판 해주실 것을 요청을 합니다.]

반면 행사를 진행했던 의원들은 어디까지나 '풍자'일 뿐이라며, 국회 사무처의 처사에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민형배/무소속 의원 (YTN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거기 있는 작품 어떤 것 중에 그런 작품이 있다고 보는 것인지, 설령 그런 작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작품을 제출한,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이 책임질 문제이지, 국회가 그렇게 판단할 문제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당 일부에선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을 한 게 아니냐,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한 것인데 이거 자체를 정치인들이 재단해가지고 과잉 충성해가지고 우리 대통령께 누가 될 거 아니야, 심기 거스른 거 아닌가 해가지고 너무 과잉 충성하는 거 아닌가…]

이번 철거 결정을 내린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민주당 출신이죠. 굳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경호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 사무총장이 밝힌 철거 사유는 달랐습니다.

[이광재/국회 사무총장 (어제) : 지금은 국정조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후에 전시회를 하는 게 좋겠다라는 민주당의 많은 의원님들의 공감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태원 국조 한참 진행 중입니다. 가슴 아픈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전시가 국민의힘에 괜한 빌미를 줄 수 있었다, 실제로 민주당 국정조사 위원의 입에서 나온 우려기도 합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가 10·29 참사 국정조사위원입니다. 사실 굉장히 이 10·29 참사 국정조사를 끌고 가기가 힘듭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정부 쪽에서는 굉장히 비협조적이고 무책임해요. 그리고 여당도 사실은 좀 문제가 있으면 크게 이걸 증폭시켜가지고 문제를 삼으려고 해요. 그런데 이게 만약에 실제 전시가 됐다면 아마 오늘 예정된 전문가 공청회도 아마 진행이 안 됐을 겁니다.]

이번 전시의 목적,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고 하죠?

[강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습니다.]

만일 국정조사가 파행이 됐다면, 애초의 전시 목적도 빛이 바랬을 듯 싶습니다. 이번 철거 논란. 풍자냐, 모독이냐? 해묵은 공방을 다시 한번 끄집어냈죠. 풍자의 기계적 중립론까지 등장을 했는데요.

[김종혁/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명백하게 한쪽에 대해서만 이른바 풍자로 하고 있다면 그것이 풍자인지 아니면 풍자를 가장한 인격살인인지, 그리고 어떤 특정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고 하는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박성민/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아니 저는 풍자에 기계적 균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다라는 생각을 하고요. 어떤 심정이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단체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풍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보는 건 좀 동의하기 어려운 해석인 것 같습니다.]

풍자화의 전시 장소로 국회가 적절하냐는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임세은/전 청와대 부대변인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국회에서는 민의의 전당이지 않습니까. 어떠한 의견과 의견 청취도 가능해야 됩니다. 물론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을 찬양하는 미술품도 걸 수도 있어요.]

[신인규/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국회 외에 다른 공간에서 저는 그냥 말 그대로 본인들이 전시를 하면 될 일인데 굳이 이거를 국회 의원회관까지 끌고 들어와가지고 괜히 이 풍자가 풍자로서 끝나지 않고 정쟁화의 도구가 또 되지 않습니까…]

사실 지난 2017년에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죠. 당시 국회에 걸린 '누드화'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었는데요. 행사를 주관했던 민주당 표창원 전 의원이 결국 사과를 했었죠.

[표창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1월 25일) :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작가분들의 몫이고요. 그 예술작품이 국회에서 전시됨으로 인해서 정치적인 논쟁과 정쟁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제가 소속한 정당이나 새누리당, 또 다른 정당분들, 특히 여성분들께 많은 상처를 드리는 작품들이 있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에도 막론하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제가 공개사과를 하겠습니다.]

우상호 당시 원내대표는 역지사지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우상호/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17년 1월 25일) : 만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되었을 때,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발가벗겨서 저런 풍자 그림을 그렸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는가…]

당시 상황이 빠르게 종료될 수 있었던 이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명쾌한 명제 정리 덕분이었는데요. "예술가의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 다만 예술과 정치는 영역이 다르다. 고로 정치인 주최의 국회 전시는 부적절하다" 결론을 내렸었습니다.

정치권의 암묵적 합의,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전신이죠? 자유한국당이 '역지사지' 대신 '내로남불'을 시전한 덕분인데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댔었죠. 당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공방, 서로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지금과 꼭 닮았습니다.

[이해식/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2019년 10월 28일) :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입니다.]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2019년 10월 28일) : 제가 지금 말씀드렸다시피 동화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전래동화입니다. 지금 동화 잘못 읽었다고 처벌하면 되겠습니까.]

상황이 180도 바뀐 여야, 지금이라도 내로남불 대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어떨까요? 언제까지 국민들이 재미도 감동도 없는 '정치 풍자극'을 봐야 하나 싶습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4년 전 서로를 향했던 충고로 마무리합니다.

[정청래/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년 10월 28일) : 내가 좋아하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한테 이렇게까지 인격모독성으로 조롱하는 것은 이건 문제가 있다.]

[조대원/당시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 (2019년 10월 28일) : 여당이 (야당이) 잘못해도 한 번 더 기회를 줘야지, 이럴 건데 이걸 갖고 천인공노할 이러고 막 다 이렇게 날뛰고, 이렇게 흥분을 하면 도리어 역풍을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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