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명 구금된 브라질 폭동, 美 1.6 의사당 폭동과 유사하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대통령궁·의회·대법원 난입이 이뤄진 브라질에서 관련해 1500명이 구금됐다. 폭동의 촉매가 된 소셜미디어(SNS) 메시지에 관심이 쏠리며 미국 1.6 의사당 폭동과의 유사점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쪽 송환 요구가 있을 경우 "진지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전날 대선에 불복해 수도 브라질리아 삼권광장에 모여 있는 대통령궁·의회·대법원에 난입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1200명이 추가로 구금됐다고 9일(현지시각) 밝혔다. 전날 구금된 300명에 더해 총 구금자는 1500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9일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본거지 격인 육군본부 앞 농성장 또한 철거에 나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베네지아누 비타우 두레구 상원 의장 권한대행·아르투르 리라 하원 의장·로사 웨버 대법원장은 공동 성명을 내 전날 폭동을 "테러리즘·범죄·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을 천명했다. 룰라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브라질리아 공공장소 파괴를 선동한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재차 밝히기도 했다.
룰라 "마이애미에서 폭동 독려"
<뉴욕타임스>(NYT)는 8일 일어난 폭동이 1일 룰라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진 메시지와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리아에서 군부의 대선 개입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자는 의미의 은어 "셀마의 파티(festa da selma)" 메시지를 퍼뜨린 최초 발신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매체는 대부분의 메시지가 브라질 남동부에서 전송됐지만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계정들이 이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룰라 대통령은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며 "마이애미에서 폭동을 독려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수 년 간 근거 없이 브라질 전자 투표 시스템의 신뢰성을 공격하며 선거 사기 음모론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마라라고 자택도 마이애미 인근에 위치한다. 브라질 데이터 전문가 마르셀루 소아레스는 폭동 당일 "셀마의 파티" 관련 게시글이 소셜미디어에 급증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매체는 이번 브라질 대통령궁 습격과 2021년 1월6일 미 의회의사당 폭동에서 소셜미디어상 극단주의와 음모론에 이끌린 이들을 동원하는 비슷한 각본이 사용됐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뒤 브라질 극우가 트위터에 복귀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매체는 해고 관련 소식에 정통한 인물을 인용해 지난해 10월 머스크가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소수의 영업사원을 제외하고 브라질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으며 여기엔 허위 정보를 감시하는 이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무료 음식과 무료 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신자가 불분명한 소셜미디어 메시지에 이끌려 6~8일 사이 적어도 100대의 버스가 4000명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을 수도로 실어 날랐다. 새로 도착한 시위대는 지난해 10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한 뒤 브라질리아 육군본부 앞에 텐트를 치고 군의 선거 개입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던 보우소나루 지지자들과 합류했고 8일 폭동으로 이어졌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8일 오후 2시께 대통령궁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한 이들은 7km 가량을 이동해 오후 3시 직전에 의회와 대통령궁에 난입하기 시작했고 3시45분께 유리문을 깨고 대법원에 진입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섬광탄 등을 사용해 시위 해산을 시도했고 5시30분께 대부분의 시위대를 밖으로 몰아냈다.
시위대는 건물 점거 중 유리를 깨고 집기를 파손했으며 소화전을 열어 사방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대통령궁은 9일 성명을 내 이 과정에서 주요 예술품들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훼손된 예술품 목록엔 17세기에 루이 14세의 시계 제작자 발타자르 마르티노가 만든 진자시계도 포함됐다. 대통령궁 쪽은 전 세계에 단 두 개 존재하는 마르티노 제작 시계의 복원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이 삼엄한 대통령궁 등 주요 건물에 시위대가 너무 쉽게 진입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알렉상드르 드 모라에스 브라질 대법관은 9일 성명을 내 폭동이 "공공 보안 및 정보 당국의 동의와 적극적 참여 아래서만 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라에스 대법관은 이바네이스 호샤 브라질리아 연방관구 주지사에 보안 실패의 책임을 물어 90일간 정직에 처하기도 했다. 전날 룰라 대통령도 "연방 지구의 공공 보안을 관리하는 이들의 무능, 악의 또는 배신"을 언급했다.
"1.6 폭동 뒤 미국이 극단주의 순수출국 됐다"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한 채 지난해 말부터 플로리다 올랜도에 머물고 있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브라질로 돌려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9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관련해 브라질 쪽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요청도 받은 바 없지만 요청이 온다면 "진지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미국 체류 비자 관련 질문에 "개인의 비자 기록에 관한 언급은 할 수 없다"면서도 "만일 누군가가 국가 수반 혹은 외교관 자격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는데 더 이상 그 나라를 대표해 공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면 30일 안에 미국을 떠나거나 다른 체류 지위를 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룰라 대통령과 통화 뒤 낸 공동성명에서 다시금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고 룰라 대통령을 2월 워싱턴으로 초청했으며 룰라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2018년 대선 유세 당시 칼에 찔린 복부에 불편감을 느껴 병원에 입원 뒤 퇴원했다고 밝혔다. 8일 폭동이 1.6 미 의사당 난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미 의사당 폭동 2년이 되는 지난 6일 뉴욕에 기반을 둔 테러 및 극단주의 연구 단체 수판센터는 자료를 내 "미국이 반정부 극단주의 순수출국이 됐다"면서 "1.6 폭동은 해외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구호이자 상징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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