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대중교통 적자 전가" "요금 올리되 서비스 개선을" [입장 들어봤습니다]

김동규 2023. 1.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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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스테핑
인상 예고된 지하철·버스요금
서울 이어 지방도 인상 움직임
"200~300원이 적은 액수 아냐"
"지자체·정부가 자금 투입해야"
따릉이 이용료까지 오르면 부담
일부지역은 10년간 요금 동결
인상은 불가피 하다는 의견 속
"한번에 올리기보다 시차 둬야"
역무원 보충 요구 등 목소리도
새해 대중교통 요금이 대거 오른다.

먼저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다음달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400m 줄어든다. 경기도도 올해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 폭은 서울에 준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 대구와 울산, 대전 등 주요 도시의 택시요금도 인상이 예고됐다.

이어 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이르면 서울의 경우 오는 4월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미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각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인천은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부산을 비롯해 경남, 울산도 버스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자체의 설명이다. 대부분 지역 대중교통 요금은 인건비나 유류비 상승 등에 따른 업체들의 적자 등에도 수년째 동결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부산 시내버스의 경우 10년째 요금이 동결 중이다. 서울도 버스·지하철 요금이 8년째 그대로다.

인상 사유가 충분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물가가 다 오르는 상황에서 공공성이 강한 대중교통이 오른다고 하니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요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다른 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 폭이나 인상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제기했다.

■"불경기에 교통비↑...한숨 나와"

10일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예고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A씨(29)는 "지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밥 한 끼 사 먹기가 부담스러운데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사실 대중교통은 공적 서비스이다. 아무리 재정적자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적자를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토로했다. 사무직 이모씨(40대)도 "출퇴근뿐만 아니라 교회 활동을 다니기 때문에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현재도 한달에 약 12만원이 교통비로 나간다"면서 "버스 요금이 1500원(서울 기준 현재 1200원에서 300원 인상)으로 오른다고 하니 새해에 절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지난해부터 급등한 물가의 영향이다. 이미 급등한 물가로 가계의 여윳돈이 줄고 있는데 고정비라고 할 수 있는 대중교통 비용까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

이씨는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한숨 나온다. 요즘 어디 가서 밥 한끼를 먹으면 1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 전기, 가스비 등 다 올랐는데 교통비마저 인상되니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심모씨(28)는 "한번에 200~300원이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달 단위로 가면 2~3만원 정도가 올라간다"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한달에 교통비로 8만원 정도를 지출했는데, 이 지출 비용이 더 커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부담이 된다"고 걱정했다. 심씨는 또 "대중교통은 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수익 사업으로 접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울 시민의 경우 공공자전거인 '따릉이' 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따릉이 일일권 1시간 이용 요금은 현재 1000원에서 올해 2000원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시점은 이르면 오는 5월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따릉이가 지난 2010년 최초 도입된 이후 10년 넘게 요금 인상이 없었기에 서비스 유지를 위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사실 1회권이 2000원으로 오르면 마을버스 타는 것 보다 비싸게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며 "저렴한 비용에 메리트를 느껴 따릉이를 탔지만 요금이 올라간다고 하니, 따릉이를 타기보단, 마을버스를 타야겠다"고 전했다.

■"물가 다 올라, 교통비도 불가피"

요금 인상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민 의견도 적지 않다. 적게는 5~6년 많게는 10년까지 지역의 대중교통 요금이 동결된 만큼 올해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자체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과 버스의 적자 규모가 총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거기에 기대했던 3000억원 수준의 무임수송 관련 국비 지원도 성사되지 않으면서 온전히 서울시 예산으로 모든 적자를 부담해야 한다.

은행원 안모씨(30)는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요금이 인상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물가는 연평균 약 2%씩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급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운영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중교통비도 늘어나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학생 B씨(25)도 "인상이 부담되지만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중교통은 저렴하다. 교통복지 측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비스가 유지 가능하도록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에는 동의하더라도 인상의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된다. 은행원 안씨는 "물가는 매년 1~2%씩 높아지는데 긴 간격으로 한 번에 올릴 것이 아니라 짧은 간격으로 여러 번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씨(38)도 "금리와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요금까지 동시에 인상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라며 "전기나 가스 등 다른 공공재와 함께 인상하니 부담이 크다. 인상된 가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공재별로 시차를 뒀으면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원생 강모씨(27)는 "요금을 올리는 대신 서비스 질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행선지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이나 스크린 설치가 많아지는 것도 좋고 장애인 승하차를 위해 역무원들이 더 많이 배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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