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뉴스] 범죄 현장에 방치된 반려동물

지난달 택시기사와 동거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이기영이 체포된 가운데, 그가 동거하던 집에서 반려동물 4마리가 방치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범죄현장에 남은 반려동물’을 법적 제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의 집에 방치돼 있다가 구조된 반려동물 4마리가 모두 입양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2일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SNS에 올린 글. 연합뉴스

동거 여성과 택시 기사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 수사 초기 이기영은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통장 잔액 등 구체적인 증거 나오자 “계획적인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한편 이기영이 피해자와 동거하던 집에는 죽은 피해자가 기르던 반려견 1마리와 반려묘 3마리가 방치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관들은 사건 현장을 확인하면서 반려동물의 존재를 지자체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수 일이 지나고, 동물 울음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신고해 구조하게됐다.

구조 과정에서도 주인이 누구인지 몰라 피해자의 반려동물임에도, 가해자 이기영에게 소유권 포기를 받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조된 동물들은 한국동물구조협회가 임시 보호 중이었는데 10동안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될 운명이었다. 다행히 현재 4마리 모두 새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경찰이나 수사관들이 사건 현장에 남은 반려견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현장에 남은 동물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주인을 잃은 동물들은 들짐승이 되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앞서 2022년 9월에 발생한 강남 아동학대 사건 때도 피해 아동 구조 후 집에 남은 반려동물이 방치되기도 했다. 동물단체 카라는 논평을 내 “정부가 반려동물 복지 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지자체는 기계적으로만 대응하는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방치된 동물의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를 신속히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