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응봉~서울 남산’ 횃불로 이은 봉수 유적, 국가지정문화재 사적됐다
횃불과 연기로 적의 침입 등 변방의 위급한 소식을 중앙으로 전달하던 군사 통신수단인 봉수 유적 14곳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 됐다.
문화재청은 “부산 응봉에서 서울 목멱산(남산)으로 이어진 봉수 노선의 하나인 ‘제2로 직봉’에 속한 44곳 봉수 유적 가운데 역사적·학술적 가치와 보존상태 등을 고려해 14곳을 사적 ‘제2로 직봉’으로 지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봉수는 고려시대 봉수제도를 정비한 조선시대에도 1895년까지 계속된 주요 통신수단의 하나다. 서울을 중심으로 남쪽 제주도부터 북쪽의 함경도 경흥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서울까지 일정한 거리마다 봉수대를 설치하고 약속한 신호 전달체계에 따라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소식을 알렸다.
조선 후기의 봉수망 정보를 알 수 있는 문헌기록인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1908년) 등에 따르면 조선 후기에는 5개의 직봉, 23개의 간봉 노선을 운영했으며 노선에는 총 622개의 봉수가 존재했다. 직봉은 전국 봉수망을 연결하는 중요 봉화대를, 간봉은 주요 간선로 사이에 있는 작은 봉수망을 말한다. 직봉 가운데 부산 응봉과 서울 목멱산을 잇는 ‘제2로 직봉’, 전남 여수 돌산도에서 서울 목멱산을 연결하는 ‘제5로 직봉’이 현재 남한에 있고 나머지 3개 직봉 노선은 북한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제2로 직봉’으로 지정된 봉수 유적은 성남 천림산·용인 석성산·단양 소이산·음성 망이성·제천 오현·충주 마산·경주 접포현·안동 봉지산·영천 성산·영천 성황당·영천 여음동·의성 계란현·양산 위천·울산 부로산 봉수유적이다.
그동안 봉수 유적은 지리 정보 등을 반영해 변방의 상황을 중앙에 전달하는 중요 수단으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아왔다. 하지만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어 체계적·일괄적인 보존·관리가 부실해 일부 유적은 훼손이 가속화됐다.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제2로 직봉’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시작했다”며 “지난해 초 지방자치단체들과 봉수 유적의 사적 지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봉수 유적처럼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어 상호 연결성을 가진 유적의 관리·보존을 위해 사적으로는 처음으로 여러 지역에 걸친 유적을 하나로 모으는 ‘연속유산’ 개념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14개 봉수 유적 전체를 ‘제2로 직봉’(본명칭)으로, 개별 봉수 유적은 성남 천림산 봉수유적의 경우 ‘제2로 직봉-성남 천림산 봉수유적’처럼 ‘본명칭-부명칭’ 형식으로 지정명칭을 부여했다. 문화재청은 “아직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제5로 직봉’도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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