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남FC 의혹’ 이재명 구속영장 청구할까···일반적 후원과 다른지가 핵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이날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2시간가량 조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토지 용도 변경, 건물 신축 인허가 등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들어준 대가로 성남FC에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를 받는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 처벌하는 범죄이다.
성남FC 사건의 쟁점은 이 대표가 기업들에게 성남FC 후원을 요구했는지, 기업들이 이 대표에게 현안 해결을 청탁했는지, 이 대표가 기업들 현안을 인식하고 성남시 직원들에게 해결을 지시했는지, 기업들이 후원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이다. 기업이 시민구단을 후원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 터라 검찰은 후원 전후 사정, 액수 등에서 통상적인 후원과 성남FC의 경우가 어떻게 다른지 입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전 성남시 공무원과 두산건설 전 대표이사를 먼저 기소하면서 이 대표와 범행을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가 두산건설의 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과 성남FC 돈 지급 방법 등을 검토·승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구단을 잘 운영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정치적 이득’이라고 공언했음에도 축구단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현안을 가진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돈을 받기로 했다고 본다.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성남FC는 적법한 계약에 따라 기업을 광고해주고 돈을 받았을 뿐이라는 게 이 대표 측 주장이다. 후원금은 성남시가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광고계약은 성남FC 임직원들의 영업활동이고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두산건설 부지 용도 변경은 기업의 편의를 봐준 게 아니라 ‘적극 행정’의 일환이었다는 주장도 편다. 20년 가까이 방치된 흉물을 해결하고 일자리와 상권을 활성화하며 성남시 세수와 재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사업이었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뇌물죄보다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 단순뇌물죄는 ‘직무 관련성’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한다. 다만 청탁 내용이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대가’가 오갔다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는 국정농단 사건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요청으로 삼성이 박씨 최측근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가 운영하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금을 주었다며 박씨 등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회장)이 박씨에게 그룹 승계작업을 도와달라고 명시적으로 청탁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승계작업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성남FC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은 분명한 차이도 있다. 최씨의 영재센터는 후원 당시 갓 신설돼 실체가 불분명했지만 2014년 시민구단으로 전환된 성남FC는 운영 주체가 공개돼 있었다. 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에서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지원을 ‘순수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삼성이 동계스포츠를 꾸준히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재센터는 다른 지원 단체와 달리 정상적인 공익단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단체를 지원하는 것치고는 후원금 액수(16억2800만원)가 이례적으로 많은 점도 감안했다. 대한빙상연맹 회장사인 삼성전자가 연간 빙상연맹에 지원하는 금액(약 16억~17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라는 것이다.
당초 검찰은 삼성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도 제3자 뇌물죄로 기소했지만 이는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다수의 공익재단에 출연해온 삼성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출연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전 성남시 공무원과 두산건설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것과 달리 이 대표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대표가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 대표를 아직 조사하지 않은 상태라 중앙지검 수사 상황에 맞춰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조율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이날을 끝으로 조사를 마무리한 뒤 이달 중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구속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1월 임시국회가 열려 있는 상태이고,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처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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