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조사에 유가족 없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이태원 참사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선 참사 생존자와 유족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참사 대응 및 예방을 위해 재난 대응 콘트롤타워 재확립과 안전 관리 공무원 증대, 재난응급대응 시스템 개편 등의 방안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제시됐다.
이 같은 조치가 부족한 지금의 국정조사는 상식과 어긋난다는 쓴소리가 내려졌다.
10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국회에서 전문가 공청회를 연 가운데여야가 추천한 8인의 전문가가 참사 예방 및 대응, 대비책 등에 대한 제안을 발표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야당 추천 재난 전문가인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유가족의 참여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 교수는 현재 국정조사 운영이 "상식과 조금 차이난 부분"이 있다며 "국정조사 혹은 관련 정책들을 만드는 자리에 유가족 혹은 피해자 등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유가족 및 생존자의 증언이 재난 대응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유족 및 생존자 등 당사자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참사 이후 공동체 회복의 관점에서도 "피해를 겪었던 사람들이 어떤 건강상 문제를 겪는지 혹은 경제적 피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 양상이 어떻게 건강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장기적으로 조사해 나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재난의료지원팀 권한 강화해야"…'닥터카' 논란에는 "출동지연 맞다"
여당이 추천한 전문가 이경원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응급의료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의 미비점을 꼽으며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대한 지원 확대 및 현장에서의 권한 강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참사에서 "디멧(DMAT)이 과거 사례에 비해 늦게 출동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출동 시스템 자체에 "권역의료응급센터 중앙응급상황실이 일일이 휴대전화로 전화해서 출동을 요청해야 하며, 위탁 계약된 사설구급차가 들어와서 출동해야 해 신속 출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안실을 확보하지 못해 참사 희생자들이 병원을 돌아다니게 된 점에 대해서 이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일일이 전화로 (영안실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정확한 영안실 정보가 없으니까 이리가라 저리가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참사 직후 생존자 응급처치에 대해서도 "현장응급의료소장을 보건소장이 맡는데 이 분은 공중보건 전문가이지 재난응급의료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현장 지도는 디멧 의사의 재난 응급 의학적 소견을 따라줘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구조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닥터카' 논란의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당일 행적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듯 "디멧을 자기 집 근처로 차량 요구했는데 이는 출동지연"이라며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디멧에 사전 편성되어 있지 않다면 스스로 가서 자원봉사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앙응급상황실이 재난 대응하고 있는데 전화 등을 해서는 안 된다. 방문도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국민의힘 위원들 또한 참사 당일 신 의원이 명지대 디멧을 자택 인근으로 호출해 함께 이동해 DMAT 출동이 지연됐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며 이 교수에게 잘못된 점이 맞는지 확인받기도 했다.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재난전문 인력 확충 목소리도
참사 직후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강정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사 이후 "국정상황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해당 발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난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 행정관은 "소방, 경찰, 지자체 대응만으로는 (참사 대응이) 상당히 부족하다. 행안부, 중대본이 대응하기에도 한국의 관료·조직 문화 속에서는 쉽지 않다"라며 "현장 대응 기관에 빠른 시일 내에 자원을 총동원 해주는 체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실 컨트롤타워 역할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내 재난관리 업무 전담 비서관 신설 검토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 국정조사에서 논란이 되었던 행안부의 '유족 명단' 확보와 관련해 강 전 행정관은 "부상자 관리, 지원, 장례 협의, 장례비 지원, 유가족 편의 제공 등 모든 업무는 재난관리 주관기관이 하게 되어있다"라며 "행안부가 (유족 명단 확보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대통령실 등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강 전 행정관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지자체 재난안전 전담 조직 개편, 재난안전통신망 확보 등을 강조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정부 및 지자체가 "안전에 대해서 투자보다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아직 많다"라며 재난안전 전문인력 확보 및 배치 등을 제안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오는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지역 상인 등이 참석하는 3차 청문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3차 청문회에는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 상인 2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국정특위는 3차 청문회 종료 후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은 오는 17일까지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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