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소환조사 신호탄…정치인생 위기 맞은 이재명
당 일각에선 '민주당 리스크'로 이어질까 우려도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간 이 대표를 따라 다니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다. 당장은 성남FC 후원금 사건 하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지만, 대장동 사건 등 검찰 수사가 남아있어 언제라도 다시 검찰에 소환될지 모를 상황이다. 검찰발 위기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의 대선 명운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대선 패배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당권을 잡은 이재명 대표. 그로부터 또 4개월이 흐른 10일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5분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포토라인에 섰다.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에 나선 이 대표는 검찰을 '정치검찰'로 규정하는 한편 자신에 대한 수사는 '정적제거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두 번의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숱한 '위기'를 겪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같은 '사법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럴 때마다 이 대표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일례로 2018년 이 대표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과 2년가량 소송한 끝에 2020년 10월 무죄를 확정받았으나 2019년 9월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는 등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표는 이 밖에도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검찰과 맞섰고, 모두 무죄 혐의를 받으면서 대권 가도를 달리게 됐다.
이후 제20대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에 이어 당 대표를 거머쥔 이 대표지만, 대표 취임 후 불과 약 열흘 만에 다시금 검찰과 맞닥뜨리게 됐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가 무슨 입장이 있나"라고 말을 삼갔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대한 전면 대응을 선포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그랬듯 이날도 검찰의 포토라인에 '당당히' 나섰다. 정치권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민주당 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역시'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면 대장동 사건이 아닌 이미 수사가 종결됐던 성남FC 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만큼 '오히려'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를 정치 인생의 위기라고 바라보는 쪽은 '이재명 리스크'가 고스란히 '민주당 리스크'로 이어져 차기 총선과 대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당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인 만큼 '혼자 대응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 혹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명확히 자기 입장을 밝히는 사람은 소수다.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거나 사법적인 절차가 획기적으로 진전이 될 때 그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당의 문제는 애당초 처음부터 분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 이런 말씀을 했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반면 '오히려'에 힘을 싣는 쪽은 이 대표를 겨눈 검찰의 칼끝이 대장동 비리 수사가 아닌 성남FC 수사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성남FC 사건의 경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검찰 수사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대기업으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인허가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등으로부터 이 의혹으로 고발되면서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도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이걸 가지고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신병을 확보한다면 정말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내년 총선을 넘어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특히 이 대표는 2021년 20대 대선에서, 단 0.73%포인트(p) 차로 석패한 만큼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지 못할 경우 당 차원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는 이유다.
이에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검찰이 다른 사건을 가지고 출석하라는 게 반복되다 보면 역풍이 불 수 있다"면서도 "동전의 양면처럼 (이 대표 수사가) 총선에 불리한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국민적 공분을 살 일이 생기면 여론이 굉장히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환조사를 마친 뒤인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연다. 당 관계자는 "10일로 수사에 대한 대표의 메시지는 정리가 되는 거고 신년 기자회견은 별개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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