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전차인 보호"…"실효성 없다" 인천 지하상가 조례 개정 진통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2023. 1.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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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점포 반납할 경우 재임차인에게 수의계약해 양도
"임차인 피해 외면한 개정안, 통과되면 행안부·감사원 통해 대응할 것"
인천 지하상가, 불법 재임차·양도양수 등 '기형적 돈벌이 성행'
인천 지하상가. 주영민 기자


인천시가 공공재산이지만 사실상 부동산 임대 사업장으로 변질된 인천 지하상가의 임차인과 재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례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차인들이 '일방 행정과 실효성 부족'을 지적하며 반발해 진통을 겪고 있다.

임차인이 점포 반납할 경우 재임차인에게 수의계약해 양도


인천시는 9일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이달 말까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3월 인천시의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임차인이 점포에 관한 권리를 포기(반납)하는 경우 수의계약으로 재임차인에게 해당 점포를 사용하거나 수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대차 계약을 하지 못한 재임차인에게 인천시가 보유하고 있는 잔여점포(공실)에 대한 사용수익허가를 신청할 경우 지명경쟁의 방법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밖에도 재임차인이 수의계약이나 지명경쟁계약으로 사용·수익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허가 기간을 5년으로 하되, 1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10년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해당 기간은 관리수탁자의 잔여 관리 위탁기간을 넘지 못한다. 적용 대상도 올해 2월 14일까지 관리수탁자로부터 승인받은 재임차인으로 오는 6월30일까지 사용·허가수익을 신청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즉 인천시는 6월30일까지 숙려기간을 운영, 7월1일부터 재임차 점포에는 사용허가 취소와 계약 해지 등 행정절차를 개시한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인천 지하상가 점포의 양도·양수, 재임차 금지 유예기간을 3년 추가로 늘리는 개정 조례가 무효화되면서 인천 지하상가 임차인과 재임차인 보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16일 지하상가 대표들과 나눈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적극 담았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없는 개정안, 통과되면 행안부·감사원 통해 대응할 것"


개정안 입법예고 소식이 전해지자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인천시가 지하상가 상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대안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실제는 일방적 통보와 다름없었다고 주장한다.

임차인들은 특히 이번 개정안이 임차인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재임차인 보호에만 집중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면담을 신청하는 한편 조례 개정안에 대한 집단 항의에 나설 방침이다.

황민규 인천지하도상가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천시가 임차인을 무시하고 재임차인만 우선 보호하기 위해 인천시의회를 동원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행정안전부와 감사원 등에 문의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상위법을 위배하는 개정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임차인들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낸다면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인천 지하상가, 불법 재임차·양도양수 등 '기형적 돈벌이 성행'


스마트이미지 제공

한편 인천지하상가는 1963년 방공호였던 지하도를 민간인들이 개발해 조성한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인천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만들어졌다.

인천시는 지하상가 운영의 통일성을 주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 제정을 시도했지만 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개보수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조례안에 임대인들이 개보수비용을 직접 내는 대신 그 비용만큼 사용기간을 연장해주고, 점포 양도·양수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례에는 위탁 점포를 개보수할 경우 임대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점주들은 개보수 비용을 점주들이 부담하면서 점포에 대한 권리가 사실상 20년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악용, 사실상 점포에 대한 반영구적 권리를 부여받았다. 부동산 임대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거래가격도 올랐다. 사실상 '기형적 돈벌이'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까지 인천 지하상가 점포 1곳을 양도·양수할 때 거래 권리금은 평균 4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인천시가 지하상가 전체에 부과하는 연간 임대료가 40억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지하상가의 매매가는 그 10배를 넘는 셈이다. 재임차도 활발해져 지하상가 전체 3579개 점포 가운데 2653곳이 재임차 점포다. 이들 재임차 점포의 월세는 인천시가 점주에게 부과하는 임대료의 3~12배 수준이다.

2005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지하상가의 양도·양수와 재임대는 법으로 금지돼 '인천지하도상가 관리 운영조례'는 상위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여러 차례 조례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조례를 믿고 투자했지만 투자 원금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점주들에게만 피해를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점주들의 반발에 번번이 막혔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인천시의회가 공포한 '인천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조례 일부개정조례'에 대해 '효력 없음' 판결을 내리면서 조례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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