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포드공장에 희비 갈린 SK온·LG엔솔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의 튀르키예 공장 협력사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포드가 SK온과의 배터리 공장 합작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LG에너지솔루션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이와 관련해 SK온은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 역시 협상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답변했죠. 다만 시장에서는 포드의 손을 잡는 것은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입니다.
투자해야 하는데…비우호적 경제환경
포드의 튀르키예 배터리 공장 계획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포드는 SK온과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KOC)는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는 MOU(업무협약)를 체결했습니다.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죠.
논의가 오가던 사이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침체는 더욱 심해졌고 금리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여기 더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전기차 수요도 감소해 전기차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비용 급등해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줄었죠.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 같은 대외상황은 포드나 SK온에게 불확실성을 키웠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하나를 짓는 데는 조 단위의 투자 금액이 필요하니까요.
SK온은 투자금 조달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썼습니다. SK온은 지난해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했는데요. 연초 상장 전 유치(프리IPO)를 통해 4조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고,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을 출자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수율문제 일까
SK온과 포드와의 협상 결렬에는 SK온의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한 요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수율은 90%가 넘어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10개의 배터리를 양산하는 전 과정에서 불량품이 단 1개만 나와야 한다는 뜻이죠. 수율이 낮으면 배터리를 그만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그런데 SK온의 일부 해외 공장은 사업성을 확보할만한 수율을 달성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초 보고서를 통해 "SK온은 잰걸음 외형성장 속에 흑자전환 개선 시기가 또 늦어지고 있다"며 "수율 개선 속도에 따라 흑자 전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죠.
이와 관련 SK온 관계자는 "(포드와의 협상에서)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만큼 (자금이나 기술 이슈 여부에 대해서도)코멘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SK온의 수율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입니다. 수율 문제는 먼저 시장에 진입한 경쟁사들에도 있었는데요. 공장 운영 초기에 동반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인 셈이죠.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도 폴란드 공장 운영 초기 이와 같은 문제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9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상태라고 합니다. 포드가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었다는 관측도 이 때문일 것이란 분석입니다.
K배터리 전쟁 승자는
SK온과 포드의 협상 결렬 가능성으로 웃는 건 LG에너지솔루션입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SK온에 비해 포드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다년간의 해외 공장 운영 경험이 있어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요.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르노닛산·현대기아차·BMW·혼다 등 글로벌 상위 10개 완성차 기업 중 8개를 고객사로 둘 정도로 제품 경쟁력도 높은 편이거든요. 작년 IPO(기업공개)로 10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도 확보해 투자 여력도 있죠.
업계에서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 포드 튀르키예 공장 협력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과연 포드와 손을 잡는 곳은 어디가 될까요.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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