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재난안전 담당 있어야”···이태원 참사 첫 전문가 공청회
이태원 참사 이후 처음으로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이 모여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10일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실과 정부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 과정에 유족이 빠진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오는 12일 유족, 생존자, 이태원 지역 상인 등의 의견을 듣는 3차 청문회를 연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전문가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여야 의원들을 비롯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주로 대통령실과 정부의 참사 대응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정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은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라며 “붕괴나 화재, 방사능 누출, 선박 전복, 압사 등의 폭발형 재난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행정관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를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난관리 위기시스템 벙커에서 상시 근무하는 대통령실 재난관리 업무 전담비서관과 대응 상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도 “대통령실이든 국가위기관리실이든 (재난 대응이) 안보와 같은 개념으로 가야 된다”며 “대통령실 재난안전비서관 신설은 아주 기본이다. 대통령과 소통이 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장한 울산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재난현장에서 사망자 대응을 전담하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산하 재난사망자대응팀(DMORT)을 소개했다. 이번 참사에서 희생자 시신을 이송하고 임시로 안치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진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DMORT의 운영에 관해서는 자치단체의 책임”이라며 “지자체가 영구적인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남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의무적으로 재난안전 전문교육을 필수 이수를 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 자치단체장들의 재난관리에 대한 이해도가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관리를 하기 위한 전문가가 지자체에 많지 않다. 지자체 같은 경우는 대부분 1명 정도”라며 “재난안전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료지원과 관련해서는 이경원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재난의료지원팀(DMAT) 시스템의 현실과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병원 대부분은 위탁계약을 맺은 사설 구급차가 들어와서 출동해야 된다. 그러니까 소방, 경찰과 같이 신속히 출동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DMAT에 대한 법적 보호나 보험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 일본 등에서는 한시적인 공무원 신분을 부여하고 보험과 법적 보호를 보장해준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이번에 참으로 안타깝게도 자기 집 근처로 DMAT 차량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은 당연히 출동 지연을 초래하지 않았나”라며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DMAT 출동이 사전 편성돼 있지 않다면 스스로 가서 자원봉사 형태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 명지병원 DMAT 닥터카를 타고 현장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유족,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을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런 국정조사 자리, 관련 정책들을 만드는 자리에 유족, 피해자분들,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굉장히 다양한 재난이 우리 사회에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최근에 한국에서 있었던 참사들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재난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전문가들이 여야에서 나뉘어서 추천을 받은 걸로 아는데 공통적으로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역할을 말씀해주셨다”며 “총체적인 대통령실의 구조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를 초래한 것은 그동안 국회가 행정에만 맡기고 사각지대를 방기한 것도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며 “국회에서 법적으로도 정확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야는 오는 12일 유족, 생존자,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는 3차 청문회를 연다. 공청회 방식으로 하고 유족 8명, 생존자 2명, 상인 2명이 증인으로 참석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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