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료시스템 지원 미비… 재난 위험요인보다 대응문제에 집중"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10일 여야 추천 응급의료·재난 등 분야 전문가를 각각 4명씩 초빙해 '사태 수습과 재발방지책'을 들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 싸우던 정치권과 달리 전문가들은 대체로 DMAT(재난의료지원팀)·소방지원 상향과 기관간 협업 등을 주문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국회에 이경원 연세대 의대 교수(국민의힘 추천), 차지호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인도주의의학, 재난학 전문가·더불어민주당 추천)의 이태원 참사 관련 제언을 청취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늦지 않은 시각에 도착해 구급활동을 펼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DMAT은 미국의 경우 국토가 넓어서 그런지 출동 목표가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재난 현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일단 출동하면 최소 3일 그 다음에 최대 14일까지 전기나 다른 의료 물품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한다"면서 "재난이 많은 일본은 팀당 5~6명, 우리와 비슷하게 꾸려 구급활동을 하는 재난응급의료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는 단순 영안실이 아닌 DNA를 채취하고 지문 사진을 찍고 전신의 엑스레이도 찍을 수 있는 정도의 현장 영안이 구비돼 있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도 의료진은 왜 그렇게 영안실 여러 곳을 찾아다녔나. 우리는 사실 이런 시스템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서울대병원은 서울시의 재정 전액을 지원받아 평시에는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팀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바로 출동할 수 있었고, 과거의 사례에 비해 그렇게 늦게 출동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보통의 병원들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거점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이고, 중앙의료상황실 상황요원들이 일일이 휴대전화로 전화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병원들은 대부분 위탁·계약한 사설 구급차가 출동해야해 시간지연이 필연적이고 소방·경찰과 함께 출동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체계는 현장응급 소장이 보건소장을 맡는데, 이분은 공중보건·방역 전문가일 수는 있겠으나 재난응급의료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 권유와 소견에 따라서 판단에 따라서 처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차 교수는 "한국은 아직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 거기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라며 "우리가 재난이 발생하게 되는 위험 요인에 대해 집중하기보다는 그 대응 자체, 발생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 대응했어야 되나 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차 교수는 "지역 커뮤니티,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 그룹과 플랜, 앞으로의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플랜들을 만들어나가야 되는 시기"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적으로는 합의들이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9·11 이후 건강영향평가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고, 예산을 수십년간 확보해 피해 입은 분들의 건강 문제, 경제적 피해,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 양상이 나타나는 것들이 어떻게 이 분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 조사하고 있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피해자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이자리에서도 여야 추천인사들인만큼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들이 일부 나왔다.
이 교수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DMAT 차량으로 현장에 도착한 일을 가리킨 듯 "자기 집 근처로 차량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출동 지연을 초래한다"며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DMAT에 사전 편성돼 있지 않다면 스스로 가서 자원봉사의 형태로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국내외 재난현장과 대응시스템의 가장 큰 차이는, 이런 국정조사 혹은 관련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 유가족 혹은 피해자,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전문가가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피상적이거나 지식에 기반한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토론자로 참여한 강정구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선임행정관은 "먼저 재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라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재난 컨트롤타워를 중대본으로 봐야 한다라는 말을 했는데, 역할을 부정하는 말로 안타깝게 생각 한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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