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용산 견제에 결국 사표 … 與 전당대회 구도 지각변동

우제윤 기자(jywoo@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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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위 부위원장 3개월만에 사의 … 당대표 출마 유력
친윤 압박이 되레 출마 자극
羅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설연휴전 출마여부 결정할듯
김기현·안철수와 '3파전'
金 "내 지지율 더 오를것"
安 "사의 안타깝게 생각"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친윤석열)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으로부터 사실상 '불출마' 압박을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사실상 당대표 출마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10일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이 오늘 오후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김 실장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 측 인사인 전직 국회의원도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에게 유선상으로 사의 표명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은 장관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에 위촉했다. 약 3개월 만에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늦은 밤 기자들과 만나 "저출산 정책 문제로 (대통령실에) 심려를 끼쳐 드렸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함께 맡고 있는 기후환경대사직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또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연락하진 않았고, 아직 대통령실 답변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사이에 지지율 1위인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전당대회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친윤계가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의 표명으로 나 전 의원이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일단 직을 내려놓았으니 출마 여부를 더 자유롭게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라면서 '사실상 출마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아마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긍정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당내 친윤 그룹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시내 호텔에서 비공개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당대표 출마 관련 질문에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 의원은 "본인이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인 이날 오전까지도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압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 공직을 맡으면서 당직을 같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만약 당직에 도전하려면 정무직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친윤 그룹에선 이런 압박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 선언 결말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나 전 의원의 사임 결정으로 정반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했던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들은 11일 다시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들은 공지 문자를 통해 "나 전 (원내)대표님이 배수의 진을 쳤다. 급작스럽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당분간 잠행하며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나 전 의원 출마가 현실화되면 전당대회 구도는 요동치게 된다.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만 기준으로 볼 때 친윤계 단일주자인 김 의원과 비윤계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의 양강 구도 상황에서 3파전이 유력하다. 문제는 1대1 대결이 예상되는 결선 투표인데 김 의원이 나 전 의원과 맞대결할 경우 당원이 많은 수도권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나 전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에 당권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의원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벌써 김기현 지지율은 압도적"이라며 "김기현 고유의 지지율이 더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자인 안 의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마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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