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성남FC 지원예산 충분" 해명했지만 … 출범후 줄곧 운영난

지홍구 기자(gigu@mk.co.kr),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3. 1.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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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검찰 출석 ◆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한 10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에서 찬반 세력 간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헌정 사상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청사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경찰이)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면서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A4 용지에 컴퓨터로 작성한 2300자 분량 반박문을 10분간 읽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또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검찰이)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굳이 후원금이라고 우긴다"며 "성남FC에 운영비가 부족하면 시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이다. 시장과 공무원들이 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게 상상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2014~2018년에 걸쳐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에서 성남FC에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가량을 유치하는 대신 건축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성남FC에 광고비 대신 성남시 예산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며 자신이 제3자 뇌물 범죄를 저지를 유인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 주장과 달리 성남시는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원하는 대로 성남FC에 시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가 2013년 10월 급작스럽게 성남일화(성남FC) 인수 계획을 내놓고 그해 말 '성남시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이하 지원 조례)'를 통과시키고 이듬해 초 이를 안착시키던 당시 성남시의회의 다수당은 새누리당이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로 꾸려진 시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8석으로 새누리당(16석)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새누리당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13년 11월 25일 성남시의원으로서 성남FC 지원 조례를 통과시키기 위해 한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김 전 부원장은 "새누리당 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성남시가 성남FC를 운영할 경우 드는) 연간 예산운영비 150억원은 혈세 낭비라는 뜬금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는 맞지 않다"며 "시민 공모와 기업 지원 등의 재원 마련 방안 외에 내년(2014년)도 창단 첫 해 계상된 시의 예산은 70억원이다. 다른 구단의 2014년 예산 지원을 보면 평균 30억원을 잡고 있어 안정적인 구단 운영에 들어갈 경우 70억원의 예산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13년 10월 2일 급작스럽게 성남일화 인수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했는데 새누리당의 반대가 심해 70억원 예산도 겨우 협조를 받은 것이다.

2014년 초 성남FC가 출범한 이후에도 예산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2014년 2월 28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완정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은 "(성남시가 성남FC를) '70억원으로 우선 꾸려나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70억원이라는 예산을 해서 성남FC 창단에 밑거름을 마련해줬다"며 "그런데 불과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집행부에서는 성남FC 관련 광고를 위해 탄천운동장 주경기장에 LED 광고판을 설치하는 데 17억원을 해달라고 예산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이 대표의 주장과 차이가 난다. 검찰도 운영비 마련이 어려운 가운데 이 대표가 '민원 대가성 광고비'를 성남FC에 유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성남FC에 대한 제3자 뇌물 의혹으로 두산건설 관계자와 전 성남시 공무원을 기소하며 성남FC가 당시 운영비를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을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성남FC는 2014년 4월 개인주주를 대상으로 15억원을 추가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지만 7억9000만원 공모를 받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이 대표 수사에 대해 찬반으로 갈린 시민들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도로 양쪽을 100m가량 메운 채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대표 조사를 찬성하는 시민단체 2곳에서 1500명, 반대 측 시민단체 2곳에서 800명의 집회신고를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에 '정치탄압'이라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먼저 하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이재명 구속하라'라고 쓰인 팻말을 흔들어 보였다.

[성남/지홍구·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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