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통화 다음날 中 보복 강행…한중관계 다시 '찬물'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1.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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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인 단기비자 중단…첫 '방역조치 보복' 파장
친강 신임 외교부장과 첫 통화
"비자 중단 언급 없었는데"
급습 당한 韓외교부도 당황
"사드사태 악몽 재현되나"
한한령 해제 기대 얼어붙어
빗장높인 日도 단기비자 제한

◆ 중국의 보복 ◆

중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을 선언한 10일 서울 중국비자발급센터가 직원들만 남은 가운데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날 중국은 한국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자 맞불 조치를 단행했다. <이승환 기자>

중국 정부가 공언한 대로 한국 정부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조치 강화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한국인 대상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10일 발표하면서 한중 관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향후 한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동맹에 합류하는 등 추가 행보가 있을 경우 한중 관계가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와 같은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 등 호재가 나오기 시작했던 양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을 발동했던 중국은 최근 한국의 영화·드라마·게임 등을 받아들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전후해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힘쎈여자 도봉순'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한국 드라마를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한국 게임 8종에 대해 판호(허가권)를 발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계기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한한령 해제 분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한령 해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 문화계에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자칫 사드 사태 당시로 분위기가 되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이번 코로나19 갈등이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 중심인 대중국 규제에 한국은 동참하지 말라는 '경고'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미국 중심의 반중 대열에 합류하면 중국이 본격적인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한국에 이어 미국 측 대중 규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단기 비자 발급 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이런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하면 한국은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중국을 잃게 된다"며 불참을 압박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중·미 관계에서 균형을 잡고 이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중국의 단기 비자 발급 중단 소식이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자 외교부는 다소 놀란 분위기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중국의 단기 비자 제한 조치는 우리 측에 사전에 알려오긴 했지만 국민에게 이를 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날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첫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다음날 바로 악재가 터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양국 장관 통화는 첫 소통임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 전반에 대해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졌으며 상당히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대한 얘기도 나왔지만 다음날 한국 입국자의 비자 제한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날 통화에서 박 장관은 한국 조치가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한시적으로 꼭 필요한 성격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중국이 코로나19 상황을 조속히 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장관은 한국의 방역 강화 조치에도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하고,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이 방역 수칙을 준수할 것을 계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말 한국 국회의원단의 대만 방문을 놓고 중국 측은 우리 외교부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로 반드시 중국을 방문해야 하는 우리 국민들 불편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중국대사관 공지에 따르면 취업 및 유학 등으로 중국에 머무는 가족을 만나거나 개인 사정으로 단기간 체류가 필요할 때 받는 방문 비자(S2), 비즈니스와 무역 활동을 위해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상업무역 비자(M)는 이날부터 발급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취업 비자(Z), 가족 동거 장기 비자(Q1), 장기 유학 비자(X1), 가족 방문 장기 비자(S1) 등 장기 비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 비자(L)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까지 여전히 발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달라지는 사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단기 비자 중단 발표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항을 중국 당국에 문의한 상황"이라며 "내용이 업데이트되는 대로 자세하게 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갈등의 발단이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에 따른 방역 조치였던 만큼 중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한국 측 규제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서울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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