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은 인플레에도…美연준·ECB "긴축 멈출 생각 없다"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1. 10.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일 발표 美CPI 6%대 예상
기대인플레이션도 둔화 양상
매파발언 쏟아낸 연준 총재들
"5%대 최종금리 한동안 유지"
유럽 실업자 최소·獨생산 증가
이상 고온에 에너지값도 진정
ECB 총재는 "금리 더 올려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지난해 들끓던 물가에 시달리던 미국과 유럽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가 급등 현상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인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5%로 예상됐다. 전망대로라면 전달인 11월 7.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11월(7.1%)까지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 소비자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둔화하고 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로 전달(5.2%)보다 하락해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물가 전망과 관련해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전 살펴봐야 할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린 뒤 한동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9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가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경기가 억제될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연준이 정책금리를 유지하기 전 궁극적으로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이날 애틀랜타 로터리클럽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준이 올해 2분기 초까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린 뒤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스틱 총재는 최종 적정 금리를 5~5.25%로 제시한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25~4.5%다.

다만 두 인사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낮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보스틱 총재는 "12일에 발표될 지난해 12월 CPI가 고용보고서에서 봤던 것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면 나는 0.25%포인트 인상을 더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2만3000명 늘어나며 시장 예상치(20만명)를 뛰어넘었지만,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해 10·11월(4.8%)보다 낮아지는 등 하락 추세를 보였다.

데일리 총재도 2월 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이전의 금리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 있다"며 "다음 회의에서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모두 테이블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일 발표되는 12월 CPI 결과를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연준이 추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시장의 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78.7%에 달한다.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같은 해 12월 FOMC 회의에서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낮춘 바 있다.

미국보다 더 우울한 경기가 예고됐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는 긍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 국가인 독일의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이 상승세를 타고, 유로존 실업자 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유로존 실업자 수가 소폭 감소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과 같은 6.5% 수준을 유지했지만, 실업자 수는 이전 사상 최저치였던 10월에 비해 2000명 더 줄어든 1084만9000명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11월 독일 산업생산은 증가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올라 전문가 예상치인 0.1% 증가세를 상회했다. 프란치스카 팔마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11월 산업생산 증가는 독일 제조업이 지난해 4분기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에너지난으로 유로존이 큰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 때아닌 이상고온으로 에너지 가격이 진정됐다.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 수준까지 내려갔다.

유로존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리 인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종전 0.7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축소해 기준금리를 2.5%로 올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현재 기자 / 김덕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