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韓 창업자 500명 빼곡···"생성형 AI 등 딥테크가 대세"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3. 1. 10.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美 최대 한인 스타트업 행사 '82 서밋' 3년만에 개최
팬데믹 붐 끝나고 '뉴노멀' 시대
성장에 수익까지 내야 살아남아
시장 큰 B2B분야 창업 노려볼만
윤송이 "게임 등 생성형 AI 유망"
딥테크 중심 M&A 활발 전망도
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플러그앤드플레이테크센터에서 진행된 ‘82스타트업 서밋’에서 김석현(왼쪽부터) 프라이머사제 대표가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존 남 스트롱벤처스 창업자,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와 침체기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법에 대해 대담을 주고받고 있다. 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서울경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이 테크 경기의 침체기를 넘어설 방도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스타트업의 생존이 다급해진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엔데믹의 ‘뉴노멀’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력을 갖춘다면 생존을 넘어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 가지 확실한 기술을 확보한 딥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9일(현지 시간) 한국계 스타트업·VC 커뮤니티 ‘82스타트업’이 주최한 ‘서밋 2023’이 열린 실리콘밸리 플러그앤드플레이테크센터는 500여 명의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스타트업 창업자이거나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인 참가자들은 4시간가량 진행된 강연과 세션들에 집중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1세대 한국계 VC 스톰벤처스의 남태희 대표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의 가장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go-to-market fit)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원유를 시추하는 것에 맞먹는 이 과정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이뤄야만 생존을 넘어 번창(thrival)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가 든 대표 사례는 뉴욕의 정신 건강 헬스케어 유니콘 ‘스프링헬스’다. 에이프릴 고 스프링헬스 대표가 처음 클리닉 등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진단 툴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을 때 시장은 무관심했다. 하지만 고객군을 기업 인사팀으로 바꾸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번아웃·우울증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골치를 썩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개인의 정신 건강 진단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였던 셈이다. 직원들의 개인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로 방향을 틀고 난 뒤 회사는 유니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플러그앤드플레이테크센터에서 진행된 ‘82스타트업 서밋’에서 1세대 한국계 벤처투자자인 남태희 스톰벤처스 대표가 스타트업 생존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지금의 상황을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GS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GS퓨처스의 허태홍 대표는 “벤처 투자 시장은 지난 2~3년이 오히려 이상했고 이제 ‘노멀’로 돌아가고 있다”며 “과거에 평가받은 기업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집을 부리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팬데믹 영향이 크게 작용했던 시기 이전인 5~6년 전을 기준으로 삼고 기업가치를 반영하는 게 좋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이날 이승훈 링글 창업자는 “지금 상황은 팬데믹 동안의 붐을 경험한 만큼 이전의 ‘노멀’과는 다른 ‘뉴노멀’”이라며 “뉴노멀에 맞춰 단순한 성장에 그치지 말고 수익까지 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짚었다.

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플러그앤드플레이테크센터에서 진행된 ‘82스타트업 서밋’에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인공지능(AI)과 게임 분야의 혁신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불황 속에도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전문가들은 기업간거래(B2B)와 딥테크 분야를 추천했다. 토론자인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한국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창업했을 때 승률이 높은 아이템은 B2B”라며 “문제의 크기가 굉장히 크지 않더라도 산업의 특정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충분히 스케일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도 “2008년에 경기 침체 이후 어마어마한 회사들이 나왔을 당시 기술적으로는 스마트폰·클라우드라는 새로운 흐름이 있었다”며 “한국인들이 회복력이 좋고 고객 관리와 제조에 강점이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력으로 B2B 분야에서 창업하면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자로 참여한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을 언급하며 “게임·메타버스 영역에서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사장은 “메타버스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동기를 판단할 좋은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 게임”이라며 게임과 혁신의 시너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기술력이 있는 제품을 내놓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오히려 투자자들이 선호가 높아져 기업가치 평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다양한 규모의 M&A가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 부사장은 “이전에는 개발자의 몸값이 너무 높고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소규모 M&A를 진행하기에 굉장히 좋은 시기인 만큼 현금을 보유한 회사들은 M&A에 적극 나서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이미 포트폴리오 기업 중 두 곳이 M&A를 진행했다”며 “M&A로 엑시트를 하려면 시장점유율보다는 한 가지에 강력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침체기에 K스타트업 붐이 꺼지지 않는 것”이라며 “침체기에 살아남아 K스타트업 부흥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