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달러 ‘삼중고’ 누그러질까…금·은·구리 값 날갯짓
적당한 경기안정 ‘골디락스’ 기대감 반영한듯
올해 들어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삼중고(고물가·고금리·고달러)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골디락스’ 기대감 때문이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안정적인 경기 상황을 말한다. 내년까지 금 가격이 온스당 21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은 가격도 온스당 35달러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2월 인도분) 가격은 10일 0시(현지시각) 온스당 1877.8달러다. 지난해 12월19일 종가(1804.2달러)에 견줘 4.0%(73.6달러) 올랐다. 은 선물(3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23.745달러로, 지난해 12월19일 종가(23.920달러)보다는 조금 내렸지만, 최근 몇 개월 새 크게 뛰었다.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금 선물 가격(온스당 1869.70달러)은 1주 대비 2.38%, 1개월 대비 3.99%, 3개월 대비 8.65% 각각 올랐고, 은 선물 가격(온스당 23.98달러)은 1주 대비로는 -0.24%를 기록했지만, 1개월 대비(4.62%)와 3개월 대비(16.08%)로는 크게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도 지난 6일 톤당 8589.50달러로 1주 대비 2.60%, 1개월 대비 1.57%, 3개월 대비 12.91% 각각 올랐다.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인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은 통상적으로 금리와 역행한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이날 “올해 들어 물가·금리·달러가 다시 하향 안정화되는 이른바 ‘골디락스’ 시기가 도래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은, 위험자산인 구리 가격이 동반상승하는 강세 사이클이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이 증권사는 올해 가격 예상 범위 하단을 금은 온스당 1700달러, 은은 21.00달러로 제시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이 예상되는 2024년까지 장기 목표치로는 금의 경우 온스당 2100달러, 은의 경우 온스당 35달러를 전망했다. 역사적으로 은 가격은 2011년에 온스당 50달러 부근까지 올랐었다.
금과 은의 가격이 다시 뛰기 시작한 배경엔 국내외 경제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깔려 있다. 지난해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격적 통화긴축으로 실질금리와 명목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지속하면서 금·은에 대한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로 미 장기 국채 수익률도 하락하는데다 달러 가치도 하향 안정세에 들어서면서 금·은 같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는 ‘금·은 수요 강세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선물 투자 시장에서 비상업적(투기적) 목적의 순포지션(매수약정-매도약정)은 지난해 하반기 5만계약 안팎 수준에서 최근 15만계약 수준까지 높아졌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골디락스가 강력해진다면 안전자산인 금과 경기동향에 민감한 위험자산인 구리 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며 “이때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안전자산과 산업용 금속의 특성을 모두 보유한 은으로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구리를 기초자산으로 투자하는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최근 3개월간 매우 높다. 국내 ‘코덱스(KODEX) 골드선물’(운용자산 2030억원, 삼성자산운용·환율 헤지)의 경우 지난 6일 기준으로 수익률은 1개월 3.46%, 3개월 5.71%다. ‘코덱스 은선물’(운용자산 868억원)도 수익률이 1개월 4.61%, 3개월 11.64%, 6개월 20.0%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6일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SPDR Gold Trust·운용자산 544억달러) 수익률은 1개월 4.44%, 3개월 8.82%이고, 은 현물 상장지수펀드(iShares Silver Trust·109억달러) 수익률도 1개월 4.78%, 3개월 15.13%다. 구리 선물 상장지수펀드(CPER) 수익률도 1개월 2.28%, 3개월 14.98%에 이른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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