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 40여명 성남지청 집결 '이재명 엄호'…"나치식 겁박"(종합)

고상민 2023. 1. 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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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0일 검찰 출석 현장은 민주당 의원총회장을 방불케 했다.

소속 의원 169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의원들이 성남지청 앞에 집결한 것이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동원하려고 했으면 배지만 100명 넘게 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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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도 대거 출동해 의총장 방불…李와 15분간 200m 걸으며 동행
헌정사 첫 제1야당 대표 소환에 '정치 탄압' 단일대오 강조
10분간 입장문 읽은 李, 주변 "쫄았나" 조롱에 손가락으로 '쉿'
이재명 대표, 검찰 출석 (성남=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3.1.10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수원=연합뉴스) 고상민 정수연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0일 검찰 출석 현장은 민주당 의원총회장을 방불케 했다.

소속 의원 169명의 4분의 1에 가까운 의원들이 성남지청 앞에 집결한 것이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제1야당 대표 소환조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단일대오로 맞서겠다는 당 주류 의지가 드러난 모습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물론이고 일반 의원에 당직자까지 현장에 동행한 당 인사는 총 50여명에 달했다.

당이 공식 확인하진 않았지만, 중계 영상에 비친 국회의원들 숫자만 40여명이었다.

신임 민주연구원장인 정태호 의원 등 소위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돼 온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대변인인 임오경 의원은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성남지청 정문 앞에 도착한 오전 10시 18분께부터 본관 건물 앞까지 약 200m를 함께 걸으며 이 대표의 길을 텄다.

현장에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여권 성향 보수단체 집회자들이 한데 엉키는 바람에 이 대표가 차에서 내려 성남지청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서는 데까지만 15분이 걸렸다.

이재명 대표, 검찰 출석 전 입장발표 (성남=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 하고 있다. 2023.1.10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이 대표는 방송사 카메라 앞에 서자 준비해 둔 입장문을 외투에서 꺼내 읽어내렸다. 입장문을 모두 읽는 데는 약 10분이 소요됐다. A4 용지 8장, 약 2천300자 분량이었다.

이 대표는 입장문을 읽기 전 주변 누군가가 "목소리가 작다, 쫄았나"라고 소리치자 왼손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대며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하 기도 했다.

이 대표 양옆에 박 원내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내내 서 있었다. 뒤에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장경태 최고위원, 박범계 의원 등이 자리했다.

원내 지도부는 이 대표 검찰 출석 현장에 동행하기 위해 오전 원내대책회의도 40분이나 앞당겨 열었다. 회의 발언자도 박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두 명에 그쳤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겉으로는 법치 운운하지만, 그 실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탄압하려는 무도한 철권통치"라면서 "독일 나치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국민을 겁박할 때 내세운 것도 법치였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성남=연합뉴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3.1.10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민주당 의원들은 출석에 앞서 대거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SNS를 통해 검찰에 십자포화를 가했다.

특히 경찰이 2년 전 무혐의로 종결지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정권 교체 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은 정적 제거를 위한 '기획 수사'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해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이 성남FC 건을 좀비처럼 되살려냈다. 좀비수사이자 좀비소환, 좀비기소 시도"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들이 대거 성남지청에 달려간 것을 국민의힘이 '방탄용 실력행사'라고 비판하자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의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친명계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동원하려고 했으면 배지만 100명 넘게 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계인 정태호 의원도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직접 검찰 출두를 하는데 무슨 방탄이냐"며 "이재명 혼자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 야권을 궤멸하려는 정치 탄압에 똘똘 뭉쳐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지청에 다녀온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SNS에 '동행 인증' 사진 등을남기기도 했다.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성남지청 앞에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고 진실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며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며 역사를 퇴보시키는 정권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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