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레인지, 기후변화·건강 악화 오명 쓰고 퇴출될까

미국서 판매금지 검토

위키피디아 제공

미국 정부가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스레인지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레인지 사용 때 발생하는 메탄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고 건강과 호흡기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석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가스레인지 판매 금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트럼카 주니어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위원은 “이것은 숨겨진 위험"이라면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제조된 제품은 금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가정의 약 40%가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을 방출하기 때문에 호흡기나 심혈관 질환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된다. 미국 에너지 연구기관 PSE 헬시 에너지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지역 159개 가스레인지의 천연가스 누출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에 공개했다.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천연가스 누출로 인한 발암물질 ‘벤젠’의 농도가 보건당국이 제시한 실내 공기 노출권고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누출 속도가 높고 환기가 잘 안되면 권고 기준을 초과한다”며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환경 연구 및 공중보건 국제 저널'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12% 이상의 소아 천식이 가스레인지 사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원회는 가스 레인지의 위험 문제와 관련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다. 가스레인지의 제조나 수입 금지에 더해 배출 기준을 설정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한다. 

가스레인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메탄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롭 잭슨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미국 전역의 가스레인지에서 방출되는 메탄이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이 휘발유 자동차 약 50만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끼치는 영향과 같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에 지난해 1월 공개한 바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