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은행' 대전투자청 연내 설립 청신호

실리콘밸리 은행과 협력 추진
벤처투자 성공 경험 전수받아
대덕특구에 대규모 자본 유치
연말 개청 목표로 용역 착수해
신한·하나금융 등도 출자 의향

이장우 대전시장(맨 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에서 리 송, 재니스 안 전무이사 등 경영진과 만나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전시】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기업금융 중심 은행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을 찾아 벤처투자 성공 노하우를 벤치마킹하는 데 나섰다. 과학기술의 산실이자 벤처기업의 요람인 대덕특구를 신산업·신기술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세계적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시키기 위해 실리콘밸리 벤처 성공 신화의 숨은 주역인 SVB를 찾은 것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이 시장의 핵심 공약인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추진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대전시는 기업금융 중심 은행인 '한국벤처투자은행' 설립 전 단계로 '대전투자청' 설립 사업을 올해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복안이다.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롤모델인 SVB는 1983년 실리콘밸리 내 벤처투자 전문 금융기관으로 세워진 뒤 벤처기업 3만개 이상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왔으며, 2021년 말 자산 총계는 약 262조원, 순이익은 2조3000억원이다.

실제 이 시장은 수행원들과 함께 리 송, 재니스 안 전무이사 등 SVB 경영진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장시간에 걸쳐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대출 체계 설계와 혁신 창업 육성 플랫폼 구축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전투자청을 설립하는 데 국내 투자로도 충분하지만, SVB가 참여한다면 대전을 기점으로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대전투자청 설립을 위한 출자 참여를 요청했다.

리 송 전무이사는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과 대전투자청 설립 취지, 필요성에 공감하고 큰 틀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전시가 SVB에 먼저 투자하면 일이 순조로워지고 협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대전시에 선투자를 제안했다. 이에 이 시장은 "SVB가 운용하는 기업펀드 투자 등 투자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전투자청 용역 결과가 나오는 상반기에 공식 제안서를 접수하겠다"고 답했다.

대전투자청 설립은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는 하반기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고 연말 개청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타당성 및 설립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에 착수해 이르면 3월께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전투자청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는 첫 신기술 금융회사 형태로 추진된다. 대전시는 공적자금 500억원을 출자한 뒤 민간자금을 추가 조달해 향후 연내 자본금 700억원을 확보한다. 지금까지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KDB산업은행, 고려신용정보 등이 출자를 약속했다. 나아가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전까지 5000억원이 넘는 공공 펀드를 결성하고 이 중 60% 이상을 나노반도체·바이오·우주·방산 등 지역 내 핵심 전략산업 분야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은행이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에 자금을 대는 벤처금융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벤처기업에 들어가는 자금 중 3분의 1이 정책자금에서 나올 정도로 정부 의존도가 높아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가 한정돼 있고 효율성도 크지 않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초기 투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을 VC와 사모펀드(PE)가 가려낸 뒤 SVB에서 자금을 융통해주는 3각 협업 방식으로 초기 투자 등을 통해 성장을 적극 돕는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대전은 연구개발(R&D) 인력의 최대 집적지이고 인구 10만명당 창업 기업이 10.3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아 실리콘밸리식 벤처투자 전문은행이 설립되면 대한민국 국부 창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