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2023] 바이오젠 CEO “알츠하이머는 치명적 질병…치매 신약의 진짜 효과 설명할 것”
“환자 가족 간병 투입…사회적 비용 증가”
“안전성 해결…실제 효과 설명할 것”
“레카네맙 복용으로 일상 생활 37% 향상될 것”
“일찍 치료하면 할수록 더 효과 좋아”
“지금은 환자들에게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의 진정한 효과를 설명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크리스 비바커(Chris Viehbacher)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카네맙’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레카네맙은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이다. 바이오젠이 지난 2021년 개발한 치매 치료제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에 이어 두번째로 내놓은 약으로 지난 6일 미국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바이오젠의 주가는 아두카누맙으로 널뛰기를 했다.
아두카누맙은 미 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투약 과정에서 사망자가 나온데다, 효과성 논란으로 미국 공공건강보험(메디케어) 적용도 축소되면서 마케팅을 아예 접어야 했다. 하반기부터 레카네맙의 임상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바이오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그렇게 비바커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와 사노피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지난해 11월 바이오젠의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이후 바이오젠은 초기 진단 환자 800명에게 18개월 동안 레카네맙을 투여한 결과, 약을 투여한 환자들의 ‘치매 척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0.5점 가량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임상 결과를 밝혔다. 치매 척도는 환자들의 기억력과 판단력을 평가해 점수화한 것인데, 하락폭이 적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억력과 판단력이 덜 악화됐다는 뜻이다.
이 약은 뇌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베타(Aβ)단백질’을 제거해 환자의 기억력과 사고력이 약화되는 것을 늦춘다. 아직 안전성과 효과성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지의 영역이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밝혀낸 것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바이오젠 주가는 비바커 합류 이후 최근 두 달 동안 45%가량 수직 상승했다.
비바커 CEO는 “지금은 약의 효과를 입증해 잘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츠하이머병을 단순 ‘경증 기억상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생각은 이 병이 얼마나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둔)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려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생긴다”며 “전세계 1600만 명 가량이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는 사회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카네맙의 가치를 치매 환자의 건강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돌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 연구팀에서 레카네맙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억력·판단력 저하를 약 5개월 늦추고, 치매 개선 효과가 27%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일상생활까지 포함하면 약의 효과는 37%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도 했다.
그는 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려면 뇌스캔(PET)이나 요추천자, 첫 6개월 동안에 3번의 자기공명영상(MRI) 등 절차가 있다”며 “환자 진단에는 건강보험 문제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환자 규모 등을 생각할 때, 신중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협력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치매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이기 때문이라는 건 알아 냈지만, 그게 어떻게 신경 세포를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며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일찍 치료하면 할수록 더 효과가 좋다는 것이고, 그래서 전조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들이 가능한 한 편리하게 투약할 수 있는 요법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신경계 신약은 개발에 리스크도 크지만, 성공했을 때 그만큼 성과가 나는 분야라고 본다”며 “회사의 초점을 넓혀 위험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향후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바이오테크를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해 상반기에는 지금은 하고 있는 큰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하반기에 외적 성장에 관심을 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레카네맙을 공동개발한 일본 에자이에 대해선 “(에자이의 대표인) 하루오 나이토 CEO를 수년 동안 알고 지냈다”며 “바이오젠 CEO로 첫 해외출장지는 일본이었고, 나이토 CEO와 충분한 교감을 통해 상호존중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젠이 개발하고 있는 우울증치료제 신약인 주라놀론(Zuranolone)에 대해서도 “수십년 만에 처음 개발되는 새로운 항우울제 중에 하나”며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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