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헬리오시티 84타입 12억 거래요? 누가 그런 미친 가격을?"

이미연 2023. 1. 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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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시티 상가 내 단지 매물 현황.<이미연 기자>

"헬리오시티 84㎡ 타입 12억원 거래 나왔다. 폭락 시작이구나."

지난 9일 오후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매우 짧지만 충격적이면서 황당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게 무슨…"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확 튀어 나왔습니다.

이걸 확인하러 가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가격이고, 이건 '직거래' 혹은 '증여'로 본다고해도 여전히 상상이 안되는 수준이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 수줍은 성격(!)에 이런 내용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지도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어쩌나요, 하도 어수선한 시기인지라 가봐야겠다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종시에서 이 소식(?)을 접했지만 어차피 서울 가는 길이니 저녁 선약을 살짝 포기하고 SRT를 예매했습니다.(SRT 좌석은 듣던 대로 진짜 구하기 쉽지 않더군요. 물론 30여분 동안 새로고침을 한 끝에 취소분 좌석 낚았습니다. 성공!)

서울 송파구 대표 대단지인 헬리오시티(9510세대)는 지난해 12월 23일 전용면적 84㎡가 16억 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연말에는 15억원대 매물까지 등장해 시장이 크게 술렁였습니다. 특히나 그때는 이웃 동네인 강동구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세대)이 분양에 나섰던 시기였다는 거 아시죠? 덕분에 시장의 촉각은 헬리오시티에 쏠렸고, 둔촌주공 서류 접수가 끝나지 않은 지금에도 그 관심은 여전합니다.

잠깐. 같은 동네도 아니고 옆 동네인데 왜냐고 물으실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바로 가격 차이 때문입니다. 둔촌주공 전용 84㎡ 분양가가 13억원대로 책정됐는데, 유상옵션 몇가지를 추가하면 14억원대를 훌쩍 넘어갑니다. 옆 동네에서 비슷한 체격(?)을 보유한 단지의 가격 차이가 1억원대로 좁혀지는 셈이라, 새 아파트 청약과 기존 아파트 매수를 놓고 수요자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근데 뭐라고요? 14억원도 아니고 13억원도 건너뛴 12억원이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습니다. 가장 처음 뵌 공인중개사 대표는 어이없어 하셨습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12억 거래요? 그건 미친 가격입니다. 매물 중에 그런 가격은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 A 공인중개사)

두번째로 뵌 중개사 대표께서는 화를 내셨습니다. 송파구 가락동 B 공인중개사 대표는 "언론과 유튜브에서 하도 '집값 떨어졌다'고 떠들어 대는 통에 오늘도 14억원 매물을 보여달라는 팀이 왔다. 대꾸조차 안해줬다"면서 "와봐서 알겠지만 지금 전용 84㎡는 대부분 최저 17억원이 시작"이라며 답답하셨는지 매물 현황을 약간 보여주셨습니다.

12억원은 커녕 14억원대조차 없었습니다. 그나마 최하 가격이 16억 8000만원이었고, 그 다음 가격대는 17억 5000만원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아 다른 중개업소에서 1층 매물로 16억 5000만원이 있다고는 하시네요.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10일 오후 손품으로 매물을 볼 수 있는 네이버 부동산을 열었습니다. 가장 낮은 가격은 16억3000만원으로 저층 물건이 보입니다. 네, 12억원은 커녕 15억원대 물건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 23억~24억원에 팔렸던 단지다. 무슨 일이 생겼다고 갑자기 12억~13억원이 나오느냐"고 반문한 가락동 C 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단지의 급급매는 작년 11월과 12월 대부분 정리됐고, 대책 발표 후 집주인들이 태도를 바꿔 매물이 점점 줄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작년처럼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단 송파구는 1.3부동산 대책의 반짝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도를 바꿨다'는 것은 정부가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올렸다는 말입니다. 아직 규제에 묶여있는 송파구지만 집주인들은 "급할 거 없다"며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급급매로 내놓을 정도로 급한 집은 이미 지난 연말에 거의 다 정리됐다는 설명과 함께입니다.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올라오진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작년 11~12월 두 달 동안 이 단지 내 전용 84㎡ 평형대가 25~33건 정도 거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현장 소식은 여기까지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아 마지막 발품을 찍었던 D 공인중개사무실에서의 대화가 떠오르네요.

"좀 전에 (전용 84㎡) 집주인이 호가 올려달라고 전화왔어요. 19억 됐네요."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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